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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마음이 아파..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아파야 하는 걸까. 아파하지 말아야 옳은게 아닐까.

아들넘이 오늘부터 아르바이트를 한댄다.

밤 10시가 넘어가는 지금 나는 아직 사무실에 있는데

아들은 아마도 제가 일하기로 한 편의점에 도착했을 것이다.

주말, 그러니까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각 10시간씩 편의점에서 일하기로 했단다.

4월부터 일하기로 했다는 말을 지난달에 들었을 때 마음이 별로 좋지가 않았다.

한 번도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남의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10시간이나, 그것도 밤을 꼬박새워서 일한다는데 힘들어서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아들넘은 용돈을 벌어서 제맘대로 쓰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나는 아들넘이 집 밖에서 일하는 법을,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울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

힘들게 일하면서 힘든 삶도 느껴보고 어렵게 번 돈의 소중함도 느껴보라고 아들이 하겠다는 대로 그냥 놔두었다.

며칠 전에는 아르바이트 하면 피곤할텐데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하더만

피곤하고 힘들텐데 하지 말아라 할 수도 없고 그냥 마음 무겁게 아들의 걱정하는 소리를 듣기만 했다.

언제까지나 아들의 모든 필요를공급해 줄 형편도 아니지만 그래서도 안되는거고

이제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발을 내딛으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

그래서 꼭 필요한 경험쌓기라고, 인생수업이라고생각을 해도 여전히 마음은 무겁고 아프다.

어차피 언제고 해야 하는 고생,좀 더 늦게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능력이없어서 아들이일찍 일을 시작하는게 아닐까 하는 미안한 생각도 든다.

돌이켜 보면 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고

평생 직장을 갖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무엇인가 눈에 불을 켜고 찾았으며

억울해 하고 서러워 하고 치사해 하면서 남보다 먼저 배우고 남보다 더 잘하기 위해 기를 쓰고 일하다가

결국은 일중독에 빠져서일하는 것으로 20대, 30대, 40대 초까지 젊은 시절을 모두 보내버렸다.

나뿐이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살아갈텐데.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 아무리 생각을 해도마음이 서늘하다.

피곤해서 눈에 졸음이 차오는데 오늘밤 잠을 잘 잘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마도 잠을 잘 자겠지. 자면서 뒤척이고 깰지라도.

그러면서 아들은 잠 못자고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잠만 잘 자는구나 하고 더 마음이 아프겠지.

아아, 자식은 애물단지..

아기 때는 건강하게 잘 자랄까 걱정,

초등학생 때는 학교생활 잘 할까 걱정, 공부는 잘 할까 걱정,

사춘기 때는 사춘기 넘기는 것이 걱정,

고등학교 때는 입시 걱정,

그런 걱정들이 끝나고 아이가 어른이 되면 걱정이 줄어들 줄 알았다.

그랬는데 걱정이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지고 심각해진다.

진로 걱정, 군대 걱정, 취직 걱정, 결혼 걱정.. 하하하

어제 친구가 맥주 한 잔 하면서 그랬다.

다 본인이 해야 하는 걱정이라고.

맞지. 본인이 해야 하는 걱정이고 본인이 가야 하는 길인데

옆에서 어쩌지도 못하면서 걱정만 하게 되네..

아아, 애처러운 우리 아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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