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서울시합창단 제111회 정기연주회
우리 가곡과 합창의 밤
장소 :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어제,
지난 가을 밤,함께 가곡을 들었던 속 깊은 친구와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러 갔다.
객원지휘자 김명엽은 70, 80년대에 일어났던 가곡붐이 오늘날에도 다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가곡과 합창의 밤을 준비했다고 한다.
어쩌다가 한 번씩 가는 곳은 대강당이었는데 어제 간 곳은 콘서트 홀.
인터넷으로 좋은 좌석을 예약해서 내심 좋아했는데 가서 보니 홀이 작아서 어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 이런 분위기도 또 좋구나.
독창하는 강무림 교수와 눈을 마주치고
합창단원들과도, 인사하는 피아니스트와도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작은 공간, 가까운 자리.
무대에 선 사람들은 사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겠지만
내 느낌은 꼭 서로 잘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입가에 미소를 띈 행복한 표정으로 음악을 들었다.
아, 정말 좋구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늘 아마추어의 합창을 들으면서 솔직하게 말하면 마음을 졸일 때가 많았는데
역시 프로들의 합창은 듣기에 편했다. 맑은 소리, 고운 소리, 편안한 소리.
기대를 갖는다면악보없이 합창하는 연주회를 꼭!! 보고싶다.
혼성합창으로 꽃구름 속에, 산, 가고파,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연주하고
여성합창으로 고독, 도라지 꽃, 사월의 노래가 이어졌다.
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남성합창이었는데 곡명은 간다간다 하더니만과 바람 부는 언덕에...
두 곡 다내가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간다간다 하더니만의 노랫말을 보니
간다 간다 하더니만 끝내는 갔네 그려 / 가라 가라 했더니만 가고 아니 오네 그려
다시 올까 다시 올까 기다리던 그 사람아 / 행여나 다시 올까 기다리던 그 사람아
ㅎㅎㅎ 그러게.. 간다 간다 하지 말고 가라 가라 하지 말아야지.
마음에 없는 말, 농담으로라도 말아야지.
여성합창으로 불린 고독은 가을노래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봄이 오는 소리에서 만났다. 프로그램에 나와 있는 제목을 보고 설마 했는데..
가사를 생각해 봐도 계절을 모르겠다.
부엉이는 어느 계절에 우는가. 밤이 고이 흐른다면 그 밤이 봄밤일까 가을밤일까.
아마도 내가 가을에 이 노래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을노래라고 확신했는가보다.
혼성, 여성, 남성 합창이 끝나고 잠깐 휴식.
친구 얘기가 전반전 끝난 거래..ㅎㅎ
다시 후반전에는 테너 강무림 교수의 독창과 합창으로 떠나가는 배와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다.
가만 보니 곡중 솔로도 미남 미녀, 초빙 솔로도 미남..
이거 참, 외모가 중요한 시대로다. 혼자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
하긴 뭐, 이왕이면 보기 좋은게 좋겠지. (내 주변인이 불쌍하도다. ㅎㅎ)
이어서거문고 뱃노래, 상주아리랑, 천안삼거리, 물레타령
네 편의 우리가락 합창이 이어졌다.
상주아리랑은 대금과 함께 연주를 했는데
나는 대금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봤지 실제로는 처음 봤다.
아, 생각보다 크네.. 그래서 대금인가? ㅋㅋ
실제로 처음 봤으니 소리도 처음 들었겠지. 소리도 좋고..
병이 생각이 났다.
와, 병이가 저렇게 연주하면 멋지겠는걸. 잘 어울리겠다. 생각을 했다.
이 대목에서우리가 하기로 한문학의 밤에 대한 기대를 또 한번 하게 되었다.
연주회는 모두 끝났고
앵콜곡으로 네잎클로버를 부르고 지휘자, 반주자가 퇴장했다.
다시 앵콜을 외치고 나서 연주한 두번째 앵콜곡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청산에 살리라...
와, 나를 위한 연주회였다~!
마지막 앵콜곡은 나와 내 친구를 위해서 서울시합창단원이 불러준 노래라고 생각했다, 내맘대로.
이번 공연은합창 연주회라 악기라고는 피아노 한 대 뿐이었는데
반주자가 둘 이었다.
처음 반주자 K는 나랑 비슷한 또래 친구, 아줌마 같은 분위기로 표현이 별로 없이 연주를 하고
일어나서 인사할 때에는 몸이 좀 불편한가 싶게 약간 이상스러운 자세로 쑥스러운 듯이 인사를 했다. 여러차례.. ㅎㅎ
두번째 반주자 J는...
J가 입장할 때 나는 상경이를 떠 올렸다.
큰 키에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와서 멋지게 자리에 앉는 모습이라니...
표정도 너무 멋지고 자세도 멋졌다.
아, 드레스도 멋졌다. 섹쉬하니~ 카~
어쨌든 둘 다 전문가고 프로인데 K와 J는 풍기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왕이면 J처럼 겉모습도 프로다운 게 좋겠구나 생각했다.
J한테 내가 반했어.
공연이 끝나고 친구랑 청계천 분수대 옆을 지나 다동에 있는 비어할레로 갔다.
시간이 식사할 곳을 찾기 어려운 시간이라.
안주로 요기하고 맥주로 목축이며 이런 저런 사는 얘기들을 나누다가
밤 늦은 시간 지하철에서 헤어졌다.
음악회도 좋았고 친구와의 수다도 좋았는데
내 친구도 부디 좋은 시간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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