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에 아들넘이랑 이야기하는데 요즘 피곤하다고 한다. 피곤하겠지. 날도 덥고, 공부를 해도 안 해도 피곤한 고삼 아니더냐. 연초에 보약 지어주겠다는 엄마의 말을 가볍게 물리치더니 홍삼 좀 먹어보겠냐는 말에 얼른 그러겠다고 한다. 피곤하긴 피곤했나부다. 그날로 가서 아이패스를 사왔다.
양약은 먹는 정성, 한약은 달이는 정성이라고 그랬는데 양약이든 한약이든 챙겨주는 정성이 맞을 거 같다. 하루에 한 번 약 먹이고 한 번 비타민 먹이는데 이거 챙겨주지 않으면 먹지를 않는다. 별 거 아닌데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번 때를 놓쳤다.
2.
요즘 남편은 입술이 부풀어터졌다. 늘 입안이 헐든지 입술이 부르트던지 머리가 아프던지 배가 아프던지 하다못해 도가니라도 아프다..ㅎㅎ 언제 한번 전국이 상쾌한 적이 없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이라고 늘상 듣다보니 아프다는 소리에 난 꿈쩍도 안한다.
결혼 전에는 엄마가 늘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할 일은 또 다 하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냥 늘 흐르는 배경음악이려니 생각하고 살았는데 (못된 것!!) 결혼하고 보니 또 그런 상황이다. 아뿔싸, 잘못 뽑았다.-.-
아프면 병원은 잘 간다. 건강검진도 수시로 하고.. 검사 결과 보면 뭐, 별 거 아니다. 신경성 어쩌구 저쩌구.. 그러니까 아프다고 생각해서 아프다는 얘기 아냐∼ 원래 나처럼 튼튼한 체질도 아닌데다 엄살이 심한 것도 한 몫 한다. 아프다고 할 때마다 내가 자주 하는 말, 골골 백년이야∼ 나보다 오래 살꺼면서..-.- 나처럼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죽는다구∼ 있을 때 잘 해!!
그래도 또 아프다는데.. 아무래도 더워서 지친 모양인데.. 싶어서 어제 홍삼톤을 사왔다. 아, 이 어진 아내..
3.
우리집은 물을 끓여서 먹는다. 아니 아니, 펄펄 끓는 거 말고, 끓여서 식혀 먹는단 말이다. 냉장고에 물을 넣어두지 않는다. 찬 물 먹으면 아들 넘, 탈이 나기 때문에. 그래서 매일 아침 저녁마다 조그만 주전자로 물을 끓인다. 그러다가 아주 더운 한 여름에는 할 수 없이 찬물을 먹는다.
물을 끓여먹기에는 너무나 더워서 생수를 사 먹는데 이 생수가 시원하지 않으면 영 맛이 없으므로... 지난 토요일에 코스트코에 갔다. 여름을 날 생수를 사기 위해. 큰 병, 작은 병 잔뜩 사다가 한쪽 구석에 쟁여 두었다. 사온 물 다 먹고 나면 다시 끓여먹어야지. 그 동안은 물 끓이는 거에서 해방이닷!!
이렇게 여름 날 준비는 끝내고 더운 여름 잘 지나가기를 얌전히 기다린다.. 다들 더위랑 싸우지 말고 그냥 얌전히 한쪽 구석에 물러서서 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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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