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코러스를 아시나요..

오늘 아침 출근길, 걸어오다가 이자람의 공연포스터를 보고 불현듯 떠오른 코러스.

막연히 다함께 노래부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누구라도 들러서 차 한 잔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중창, 혹은 합창을 할 수있는 그런 공간. 우연한 기회에 이 꿈을 발설했고 내 말을 듣던 사람은 그런 곳이 실제로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가본 곳, 소공동 코러스.

그곳에 들어가면 무대가 있고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이자람의 아빠 이규대씨. (이름 정확한가?) 코러스를 넣는 여자들 둘 셋이 나중에 생겼지만 내가 첨 갔을 때는 달랑 이규대씨 혼자서 피아노치면서 진행을 했다. 어찌나 멋지게 피아노를 쳐대는지..(연주가 아니라 쳐대는 거다..ㅎㅎ) 난 피아노 치는 남자, 정말 좋아한다..ㅎㅎ

테이블에 앉으면 차나 음료를 주문받고 자체 제작한 노래책을 한 권씩 준다. 차를 마시면서 피아노반주에 맞춰서 다같이 노래를 한다. 주로 부르던 노래는 한국가곡, 교과서에서 배웠던 외국가곡, 그런류들,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동요나 노랫말이 예쁜 가요들.. 쪽지에 부르고 싶은 노래를 신청해서 다같이 부를 수도 있고 독창하고 싶은 사람은 독창하겠다고 신청할 수도 있었다. 신청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꾼 꿈이랑 꼭 맞지는 않았지만 난 그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자주 그곳을 들렀다. 누구든지 만나면 그곳으로 끌고 갔다. 때로는 친구랑 남동생이랑 직장동료랑 심지어 직장상사를 모시고..^^ 한번은 그 근처에 있는 직장을 다니던 친구와 함께 갔는데 그곳에서 그 친구를 좋아한다던 직장동료를 우연히 만났고 그 동료는 무대에 올라가서 이곳에 좋아하는 사람이 왔다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바치겠다 하면서 오솔레미오를 부른 적도 있었다.

한동안 정말 열심히 드나들었는데 어느날 그 피아노맨이 종로에서 독립을 했다고 하더라. 종로2가, 노래마을이었던가. 거기도 몇 번 갔던 기억이 나는데.. 한참 지난 후에 다시 그곳을 갔더니 없어져 버렸다. 노래방이라는 이상한 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코러스도, 노래마을도 모두 다 사라져버렸다. 그곳과 노래방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는데도...

살면서 가끔씩 그곳을 그리워했다. 추억 속의 코러스

그런 곳이 또 생겨났으면.. 혹시 우리 친구들 중에도 그곳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

(송천까페에 올린 글...)

 

'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醉中酒談  (0) 2008.07.15
지은아#미경이다*  (0) 2008.07.10
사인사색, 그리고 또..  (0) 2008.07.03
어제는 080611  (0) 2008.06.27
향수  (0) 2008.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