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민숙이, 수연이랑 함께
독수리 보러 떠난 아침
철원의 기온은 영하 20도를 육박했다.
수유역에서 8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지만
민숙이가 조금 늦는 바람에
철원에서 내려서 고석정으로 택시를 타고 가니
11시에 출발하는 탐조관광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별 수 없이 2시에 출발하는 차를 신청해 놓고
임꺽정의 이야기가 서린 고석정을 돌아 보았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사진을 찍기에 바쁜 홍수..
고석정을 보고
12월말일부터 한다는
두루미축제 얼음조각하는 것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갈비탕.
분명 갈비탕을 시켰건만 갈비탕인지, 설렁탕인지 모를
묘한 맛의 실망스러운 점심을 먹고
그래도 따뜻한 방에 앉아 얘기 꽃피우며 커피도 마시고
2시에 맞추어서 탐조버스를 타러 갔다.
탐조버스 승차인원은 달랑 우리 넷...-.-
아, 운전하시는 분이랑
과분하게도 우리를 안내하기 위한 군청소속 안내공무원이 함께 탔다.
생각보다 햇살도 좋고
중무장을 해서였는지 날씨도 별로 춥지 않았다.
민간인통제구역을 들어서고
저수지앞에 차를 세우고
독수리를 보러 갔다.
EBS 환경다큐 찍는 팀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독수리가 가까이 오면 찍기 위해 대기중이었다.
철새탐조하러 온 우리를 찍고 싶다고 해서
머,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분명히 편집될 것이야~ ㅎㅎㅎ)
전날 뉴스에는 조류독감 때문에 먹이를 주지 않아서
독수리가 탈진상태라 하더만,
망원경으로 본 독수리들은
생각보다 숫자도 많고 괜찮아 보였다.
먹이로 준 젖소와 돼지,
독수리는 썩은 고기만 먹는다고
아직은 덜 썩은 젖소 근처에는 독수리가 없고
돼지가 있을 듯한 곳에는 독수리가 떼로 모여 있었다.
독수리 키 90센치 정도,
날개를 펴면 3미터까지 된단다.
망원렌즈를 달고 사진을 찍어야지
내 디카로 독수리를 담기는 어림도 없다.
그래도 망원경이 있었고
내 눈으로라도 찍어온 건 다행중 다행...
대머리 독수리도 있다는데
보고싶었지만 보지 못했다. 쩝..
다음은 두루미를 보기 위해 다시 버스에 승차.
두루미는 예민해서내려서 볼 수가 없고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볼 수밖에 없단다.
그래도 다른 날에 비해
이쁜 사람들이 보러 오니까
차 가까이 두루미가 있었고
또 많이 보인다고 운전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이쁘긴 개뿔...-.-
두루미는 일부일처를 지키고
사후에도 정절을 지킨다나?
움직이는 것도 가족단위로 움직인댄다.
네 마리 두루미를 보더니
양쪽에 엄마 아빠가 있고 가운데에 새끼들이라고 설명을 해준다.
사람보다 낫네...
두루미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있댄다.
몸이 하얗고 꼬리가 까만 요 위에 두루미가 보통 불리는 두루미이고
요 밑에 잿빛을 띠고 있는 두루미가 재두루미,
흑두루미는 운전기사 아저씨 말씀이
작년에는 세 마리를 보았는데
올해는 한마리도 못보았단다.
천연기념물 두루미 종류 중에도 가장 희귀한가부다.
아, 그리고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같이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기사 아저씨가 얘기해줬다.
사진이 영 시원치는 않지만,
두루미의 비상..
철새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전망대에 올라서 비무장지대 부근의 설명을 듣고
오배건짜리 동전을 넣고 망원경으로 비무장지대와 북한쪽 산들을 보고
바로 아래층에 있는 매점에서
붕어빵과 오뎅국물을 먹었다.
마침 GP에서 나온 군인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옆에 있는 월정사역을 들러보았다.
쪼마난, 인적없는 역..
나오는 길에 도피안사 가는 길과
노동당사를 보고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흔적만 남은
금융기관, 얼음창고, (또 무엇을 보았나..) 등등
차타고 지나면서 안내원의 설명과 함께보았다.
친절한 운전기사 아저씨,
버스타고 돌아가지 말고
신탄리 역으로 버스타고 가서
그곳에서 기차타고 가라고 가르쳐준다.
버스타는 곳까지
탐조관광버스를 타고
거기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신탄리 역으로 갔다.
화장을 고치고^^;;
표를 사서 기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들어서.다.가....
만난 풍경..
이럴 때
배움에 게으른 내가 후회스럽다.
디카, 잘 배웠더라면 멋지게 찍을 수 있었을텐데...
기차안에서,
무엇이 그리 재밌을꼬?
하긴 매일매일 똑같은 삶에서 벗어나서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이 어찌 재미있지 않을까...^^
이날을 계기로
일년에 여름과 겨울, 한차례씩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기로 했다.
의정부 역에 내려서
의정부 부대찌개를 저녁으로 먹고
다시 제 갈 곳으로 헤어졌다.
검소하게, 따뜻하게, 즐겁게 보낸 하루...
또 다음을 기약하며...^^
'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070329 (0) | 2007.03.29 |
---|---|
외할머니061109 (0) | 2006.11.09 |
시편 23편 사투리버전^^ (0) | 2005.11.07 |
봉숭아 꽃물들이기 (0) | 2005.10.18 |
청계천의 밤^^ (0) | 2005.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