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금요일 엄마의 생일,
11월 4일 토요일 외할머니 생신.
해마다 그랬듯이 엄마는 이번 엄마 생일에 외할머니께 갔다.
다른 해와 달랐던 건 외할머니 생신보다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아서였다.
11일 새벽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
새벽 2시반에 임종하셨단다.
그렇게 쉽게 가시겠나 싶었는데..
두달 전 가을 들일을 모두 마치고
자식들 보러 서울로 울산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가셨는데...
친정에 오신 외할머니 뵙고 돌아올 때
두 손을 꼭 잡고 건강하세요, 건강해라 인사할 때
맘 속으로 또 뵐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할머니도 그런 생각하셨겠지. 내가 이것들을 또 볼 수 있을까...
향년 92세. 생신 새벽에 가셨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가시면 천수를 누린 거라고, 호상이라고 하지만,
엄마의 형제들은 슬픈 마음 한편에 시원한 마음도 있겠지만
자식아니고 손녀라서 그런지 나는 슬픈 마음 뿐이다.
어릴적 방학 때마다 시골에 내려가 함께 지냈던 외할머니는
화 한번 내는 걸 본 적 없는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었다.
그 미소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맴돈다.
두 달 전에 만나뵈었을 때
사드린 담배 한 보루.
엄마와 이모, 외삼촌들은 할머니 담배 태우시는 걸 못마땅해 하셨다.
중년 이후 치통을 견디느라 시작하셔서 그후 계속 피워온 담배를,
구십이 넘어서 무슨 좋은 일 바라라고 담배를 끊으라 하셨는지...
할머니 담배 못 피우게 했더니 풀죽어서 오도마니 앉아 계시다는 소리에
"이제 담배 끊어서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사신다고, 그래 그 좋은 담배를 못피우게 해?!!"
전화통 저너머 엄마에게 앙칼지게 소리지르고 바로 사가지고 갔던 담배 한 보루.
그걸 다 못태우시고 가셨다.
그깟 담배 좀 태우게 해 드리지....
할머니 돌아가시면 마지막 2박3일, 꼭 같이 있어 드리리라 평소에 다짐했건만
상황이 그렇지 못해서
토요일에도 갔다가 오고 일요일 갔다가 오고, 마지막 가는 길에는 동행도 못했다.
평생 자손들 위해 부지런히 사시던 외할머니는
끝내 자식들 고생할까봐 이틀만 앓고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워서 섭섭하지만 그래도 두 달 전에 뵌 것과
고생하지 않고 돌아가신 모습도 복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로를 삼는다.
할머니, 천국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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