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이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내게 전화한지 두어 주는 되어서야 만났다. 휴가 둘째날에.
나올 때마다 내게 주는 선물, 차와 치약을 가지고. 하하..
수진이와 같이 들어왔다는데 사춘기-.- 소녀인 수진이는 따라 오지 않겠다고 해서 혼자 왔고 작년보다 살이 더 빠졌다. 수진이는 키가 170이나 되게 훌쩍 자랐다고 하고 작년 사진이라고 스티커 사진 쪼매난 걸 보여주는데 늘씬하고 이쁘다. 사춘기 소녀라 사진 찍는 거 너무 싫어해서 사진 한 장이 없단다. 엄마도 건강하시고 언니들도 잘 있고. 구리는 일산보다 시내 나오기가 더 편하다면서 훨씬 낫다고 한다.
광나루역 바로 옆에 있는 파스쿠치에서 만나 쥬스를 마시고 그 빌딩 지하 채선당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커피를 마시러 가려고 검색을 하다가 날도 덥고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그냥 다시 파스쿠치로. -.- 치즈 케익과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일년동안 밀린 수다를 떨었다.
올해는 수진이를 겨우 꼬드겨서 데리고 나왔는데 내년부터는 데리고 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아빠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친구들도 있으니까 괜찮을거라 한다. 또 혼자 나올 거 같으면 굳이 한 여름, 비용 많이 드는 시즌에 나올 필요도 없고 오히려 수진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 다녀가고 방학은 수진이랑 같이 있으면 되니까 더 편할 수도 있다고 한다. 독일은 가족단위 여행이 일반적이라 방학에 캠프가 별로 없다고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많은 것 같던데 그게 또 각 나라마다 문화 차이인가보다. 방학을 피해 혼자 나온다면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좋을 거라. 혼자 나오면 친구들 만나러 다니는 것도 마음 편하고 시즌이 아닐 때에는 여행하기도 편할테니. 다음부터는 봄이나 가을에 와서 1박이든 2박이든 같이 여행도 하자고 기대에 부풀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외국에 살다 들어오는 친구들을 만나면 꼭 하는 얘기,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에 대한 얘기를 한참 했다. 그런데 또 들어오는 입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구나 느낀 것이, 커피전문점에서 머그컵을 안쓰고 거의 다 일회용을 쓰는 것. 미경이는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자원낭비, 환경보호 차원에서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고. -.- 전에 미량언니도 그런 말을 했었는데. 재활용, 분리수거,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고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그렇지 않은 곳도, 내가 봐도 가슴이 답답한 장면도 많기는 하다. 그런게 생활에 배어 있고 그런 문화에 젖어 있다가 여기에 와보면 기가 막힌 모양이다. -.-
수진이가 할머니랑 매운탕 데워먹다가 손가락을 데었다는 얘기를 들어서 오래 있지는 않고 3시쯤에 일어났다. 나가기 전에 또 보기로 하고.
엄마가 살아 계시니까 아직은 해마다 나오는데 엄마가 돌아가셔도 그렇게 나올 수 있을까. 한 번씩 한국에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계실 때와 안 계실 때는 다르겠지. 언니들이 많이 있어도, 여유 있고 우애가 있어도 다를 것이다. 그쪽 사람들이야 휴가, 여행을 일년의 목표로 삼고 사는 분위기인데 지금이야 엄마 때문에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지 못하고 따로 오더라도 이해하겠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제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테니. 보장받을 수 없는 휴가, 내년부터 혼자 나오게 되면 좀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생각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