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일요일 한낮, 충무아트홀에 가는 전철안. 전철을 타고 나갈 때마다 늘 그랬듯 주간지를 펼쳐 읽고 있는데 코팅된 종이와 치솔을 불쑥 내 무릎위에 놓고 지나간다. 낮 전철을 타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인지 아니면 요즘은 덜한건지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 오랜만이다.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마음은 있어도 남의 눈에 띄는 것이 쑥스러워 갈등을 하는데 서 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건네준 종이, 치솔 사이에 돈을 살짝 끼워서 돌려주면 쑥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사연이 담긴 종이 한장이나 껌 한통을 주는데 나는 껌을 씹지 않으므로 돈과 함께 껌도 돌려준다. 마찬가지로 치솔도 돌려줬다. 치솔이 필요없는 물건은 아니지만 품질이 좋은 것도 아니고, 쓰지 않을 바에야 돌려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함께 돌려준거다. 종이와 지폐만 받으려는 걸 치솔을 밀어 넣었더니 옆사람들에게 준 종이 챙기느라 앞으로 갔다가 휠체어를 조금 후진해서 다시 치솔을 내게 돌려주고 간다. 반사적으로 다시 주려다가 멈췄다. 아, 이건 자존심이구나! 구걸하지 않는다는 자존심.
지나간 후에야 어떤 사람인가 봤더니 내나이 또래가 아닐까 싶은 늙지도 젊지도 않으면서 풍채는 좋고 옷차림은 깔끔해 보이는 보통 사람이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 A4 반쪽 정도 크기의 종이에 뭐라뭐라 써 있었는데 그 글을 읽지 않아서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자존심은 버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