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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 위대한 유산

별난프로젝트 / 공간아울극장 / ★★★★☆ /별이아빠

요즘 연극을 보려 가면 영상이 조금씩 들어가는 것 - 작게는 타이포라도- 을 흔히 볼 수 있다.이 연극은 기존 다른 연극과 다르게 영상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처음에 소개하는 분이 무비연극이라 그랬다. 무비연극. 연극 중간 중간에 영화처럼 스토리가 있는 씬이 돌아간다. 덕분에 연극이 갖는 공간적 제약이 상당부분 해소되어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된다.

시골에 홀로 남은 어머니는 서울로 간 세 아들을 그리워하며 살았지만 아들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가 바쁜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엄마가 암으로 인해 저세상으로 가기에 바빴다는 사실을...

쓸쓸히 세상을 떠나기 전, 우연히 로또에 당첨되어 50억이라는 큰 재산을 남기게 되었는데 어머니는 수수께끼를 맞추는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수수께끼의 힌트는 윤동주 님의 詩 별 헤는 밤. 세 아들은 각자 자신의 수준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애를 쓰는데...

세 아들의 삶을 보면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와 우리 이웃의 삶의 모습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를 받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그 유산(돈)이 필요하다. 형제끼리 서로를 믿지 못하는 모습이나 상대방을 탓하는 모습, 우유부단하면서도 자존심만 세우는 허세가 가득한 형과 친구를 좋아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것 같았지만 그 친구들에게 배신당하는 둘째, 제일 많이 배워서 지식은 많아도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막내... 형제 서열에 따라 갖는 특성까지 우리들 삶의 모습과 너무 비슷하게 그려 놓았다.

연극은 형제간의 갈등이 최고에 달했을 때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먼저 깨달은 큰 형 덕분에 형제가 서로 화해하고 어머니의 유산으로 다같이 새 출발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번에 본 연극 별 헤는 밤 뿐 아니라 얼마 전에 본 뮤지컬 뉴씨저스패밀리도 로또당첨으로 인한 에피소드이다. 벼락맞을 확률만큼 흔하지 않다는 그 확률의 이야기를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일까. 누구나 가끔은 로또를 꿈꾼다. 로또를 사든 사지 않든. 그만큼 지금의 삶이 갑갑하게 느껴지고희망 또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로또는 허황된 꿈일 뿐이고 우리는 일상에서 구원을 찾아야만 한다.

사실 이 연극은 오로지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이라는 제목 때문에 보러 갔다. 연극을 보면서 스토리와 상관없이 내내 그의 시와 얼굴과 아까운 죽음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시는 내 마음 속에 별이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에 스탭이 나와 연극에 대해 소개할 때 이 시의 전문을 읽었는데 좀 더 멋지게 읽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나라면 좀 더 멋지게 읽었을텐데... 헤헤..

별 헤는 밤

윤 동 주

계절이 지나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속의 별들을 다 헬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의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태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세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에서 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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