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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내 팽개쳐진 소신

 

오늘, 자동차등록을 했다.

가족의 이름을 올린 첫차는 늙은 무쏘.

 

지금은 내 벌이가 신통치 않지만 기십년 전 친구들이 대리급이었을 때 나는 지금 부장급의 소득을 올렸었다. 물론, 그 기간이 마냥 길지는 않았다. 내 호시절은 대한민국의 호경기와 궤를 같이 했던 것이니. ㅠㅠ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내가 차 한 대 가질만한 능력이 안되었던 것은 아닌데 어릴 적에 다짐했던, 내 평생 차 갖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키느라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차를 사고 그러다가 너도나도 개나소나 차를 사고 또 바꾸고 하는 동안 나는 끈질기게 차 없이 살아왔다. 후에 나의 이 고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흔들린 적이 있으나 그때는 이미 차의 필요성이 그나마도 뚝 떨어진 후였다. 살면서 꼭 한 번 차를 사려고 검색한 적이 있었는데 (마티스부터 에쿠스까지 검색했지 아마? ㅋ) 마침 그즈음에 별이아빠가 회사를 옮겼고 회사에서 내주는 앙증맞은 새 차가 생겨서 흐지부지되고 말았었다.

 

차없는 나를 긍휼히 여겨 차를 주겠다는 선배도 있었고 내 동생도 결혼 후 세 번 차를 구입했던터라 차를 바꿀 때마다 차 가져다가 쓰라고 하는 걸 한사코 마다했는데 이번에 또 차를 바꾸면서 쓰던 차 가지고 가라고 하길래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러마고 했다. 이유는, 별이를 위해 별이 연습용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려고 검색해 보니 보험료가 어마어마하다. 6, 7년간 차가 있었어도 명의가 회사로 되어 있어서 이력에 나타나지 않아 초보운전자 취급을 받는 것이니.. 그닥 쓸데도 없는 것이 보험료만 비싸서 때려치우고 싶기도 했으나 다시 별이를 생각하고 가져오기로 했는데 별이까지 운전자로 넣으려니 보험료가 2백에 육박한다. 크하하하..

 

일단 한국에 있지도 않은 별이는 제외하고 보험을 들었다. 대개는 운전할 사람이 이런 일들을 해결하지만 우리집의 특성상 내가 비교검색해서 다이렉트로 가입하고 오늘은 중구청에 자동차등록을 하고 왔다. 생전처음 하는 자동차등록, 검색해보고 준비하라는 서류 준비해서 갔더니 서류과잉.

 

매도인의 인감증명과 자동차등록증, 매수인의 주민등록증과 도장, 책임보험가입증명서만 가지고 가면 된다. 제삼자인 내가 대리하려니 대리인 주민등록증이 하나 더 필요할 뿐, 검색에서 알려주던 매수인의 인감증명서는 필요 없었다.

자동차 민원실에 가면 이전등록신청서와 양도증명서가 있으니 거기서 직접 쓰고 기명날인하면 된다. 나처럼 이렇게 할 경우 매도인의 인감도장과 매수인의 도장이 필요하고 미리 써서 준비해 가면 도장이 필요없다. (이 부분은 검색해서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써둔다. 나도 검색으로 도움을 받으므로...)

 

차는 지난 일요일 저녁에 동생이 끌어다가 지하 주차장에 넣어놨고 보험도 들었고 자동차등록을 마쳤으니 이제 내 맘에 부담이었던 뒷처리는 끝났다. 더불어 지금까지 고집해 온 내 소신도 아쉽게 내팽개쳐졌다. 왠지 아깝다.. 으허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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