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얘기가 나왔고 어쩌다보니 참 오랜만에 올드에 갔다.
2009, 2010년 즈음에 자주 가다가 2012년 이후로는 별로 간 기억이 없는데 이유는 가격이 부담되어서다. 그 때 맥주 작은 병이 만원 정도 했었는데 오랜만에 가니 만이천원! 가장 저렴한 크라우드를 시켰는데 8천원. 누군가가 계산을 하거나 함께 계산하지 나홀로 계산하는 적이 거의 없음에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가지 못했던 곳이다.
오랜만이나 달라진 거 별로 없고 내 좋아하는 자리가 비어 있어 앉으니 Happy birthday to you 하며 생일축하곡이 나온다. 이어서 겨울아이까지. 아, 어쩌면 이렇게 누군가가 우리의 등장을 기다려서 이벤트를 하는 것처럼 절묘하게 노래가 나올까. 보이지 않는 우주의 힘이 우리의 시간을 위해 도와주었나. 아하하... 우주의 힘이 언제부터 일상어가 되었던가. -.-
케익하나 없는 생일파티, 아니다. 생일이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 예정에 있어서 만났으니 숟가락 얹듯 생일파티라고 해서는 안되는데 하여간 오랜만에 간 추억의 장소에서 생일송이 나오니 생일파티 한 느낌이고 배려받고 환영받은 느낌이다. 우리가 신청한 노래를 연달아 틀어주어서 더 기분좋았던. 그 노래들 다 듣고 올드를 나왔다.
1차 모랑, 2차 품앗이, 3차 올드, 4차 경포마을. 6시부터 대여섯 시간에 걸친 만남은 유쾌했다. 생일 지난 친구에게도, 공장에서 스트레스 왕창 받고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도, 이제는 술을 줄이고 학업의 길-.-을 가고자 하는 친구에게도, 아직 우리 분위기에 적응이 안된 것 같은 친구에게도 좋은 시간이 되었기를. 내가 좋은 시간이었으니 다른 친구들도 좋은 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암.
그 정도 마셨으면 무리가 될만도 한데 컨디션 저하 전혀 없는 오늘 아침. 아, 새벽녘에 몇 번 깨기는 했다. 심장 빨리 뛰는 느낌에. 지금 머리가 살짝 아플랑말랑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좋은 상황. 막걸리 안먹기를 잘한 것 같다. 막걸리가 분위기도 있고 맛도 있는데 한 병만 먹어도 컨디션이 나빠지는 것 같다. 소주가 최고. 맥주를 두어 병 더 먹었더라면 경포마을 무대는 내가 장악을 했을텐데 두 곡으로 끝내서 다행. 노래부를 만큼 먹지 않았는데 강권에 밀려 하고픈 노래 아닌 시키는 노래를...
3월 시험이 끝나면 공개벙개를 해야겠다. 뭔가 좀 다른 벙개도 생각해보고. 그동안 못만났던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해야 해. 그때쯤이면 추위는 다 지나고 봄에 대한 기대가 모랑모랑 피어오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