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선거일




1.


우리 지역구 선거결과는 뚜껑을 열어보니 허무했다. 여론조사와는 판이하게 다른.. 물론 내 예상과도 많이 다른.. 나도 여론조사기관도 언론도 다 한심한. 정당별 투표는 투표하러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고민하다가 막판에 결정. 그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잘 한 것 같다. 정치와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지만 내 삶에 정치가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또 내 스트레스지수에도 제일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힘없고 영향력없어도 정치에 무관심할 수가 없다.




2.




원래 예정은 투표를 하고는 선배 부부와 같이 등산을 하기로 했다. 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고 황사가 온다고 했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오는거라. 많이 올 비는 아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서 취소했는데 그러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다시 전화해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진접까지 가서 12시에 점심을 거하게 먹고 커피 하러 이동하다가 선배 차 접촉사고가 났다. 뭐, 선배차를 피하려던 차가 중앙분리대를 살짝 부딪힌 사고라 선배는 사고가 난지도 모르지만 상대 운전자가 선배 차 때문이라고 하니.. 보험사를 부르고 1시간 가까이 거기에서 실랑이며 지체하다가 차마실 기분도 아니니 다음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아, 그냥 등산을 갔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 다음으로 미뤘으니 그걸로 끝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걸 괜히 점심을 먹자고 했나 하는 생각.. 뭐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다. 다행인 건 놀랐을 뿐 차도 사람도 다치지 않았다는 건데 상대 운전자쪽이 그닥 교양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전화오고 시비 걸거든 무조건 보험사랑 얘기하라고 말해두기는 했는데 선배 아내 역시 까칠하고 피곤한 사람이라... -.-


사고나고 싶어 사고나는 경우는 없으니 수습이 중요한데 쓸데없이 누가 더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따지다가 기분 상하게 되고 간단하게 보험처리하면 끝날 것을 기분 상하고 속썩는 상황까지 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건데... 별일 없이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내 맘 더 불편해지지 않도록.




3. 


박*득. 목사님 캐나다로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더 보자는 약속을 투표일 저녁으로 잡아놨다고 연락을 받았었다. 급작스럽게 쉬는 날을 잡아 다들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맘이 좋지 않았지만 천안에 있는 해.용.이가 올라온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등산갔다가 조금 늦게 합류하면 될거라 생각했다. 정 시간이 안맞으면 한 번 뵈었으니 못뵙더라도 덜 아쉽고.


접촉사고로 인해 일찍 헤어지는 바람에 약속시간보다 오히려 더 일찍 도착했다. 은.경.이만 못보고 시간되는대로 합류했다. 저녁을 내가 낼 생각을 하고 나갔는데 해.용.이가 낸다고 하더니 계산대 앞에서는 갑자기 기.숙.이가 냈다. 그리고 커피..


해.용.이도 직장을 그만둔지 9개월차, 기.숙.이 남편도 지점장하다가 그만둔지 4, 5개월 되었다고 한다. 이제 주변에서 하나 둘씩 직장을 그만두는 친구들이 생긴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면 됐지. 이르다고 발 동동거릴 거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해.용.이는 아이들이 어려서 일을 좀 더 해야 하고 찾는 중이라고 하는데 마침 전공이 그당시에는 별볼일없는, 그러나 지금은 괜찮은 전공이라 길은 있는 모양이다.


지난번에 은.경.이도 그랬듯이 해.용.이도 목사님을 고딩 때 이후로 처음 만난다고 했다. 30년, 40년만에 만나도 왜 그대로인 것처럼 보여지고 느껴질까. 그게 참 신기하다. 목사님은 정말 그때, 20대 초반 모습 그대로인데다가 말투며, 표정이며 모두 그대로다. 지난번 만났을 때 아들을 데려왔는데 "애가 허약해서~" 그래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인사하는데 보니 185센티 아빠보다 더 풍채가 좋아. -.- 생각해보니 40여년 전에 늘 본인을 말할 때 '허약해서~' 하던 유머를 여전히 쓰고 있었던 것. ㅋ





목사님은 한국으로 나오고 싶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10년 이상 외국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오면 힘들거 같은데. 어쨌든 오시면 좋겠다. 좋은 자리가 있었으면..












'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복권  (0) 2016.04.22
다늦게 화장 고민  (1) 2016.04.20
밀린 잡지를 읽다가..  (0) 2016.04.13
신발 지름  (0) 2016.04.08
선물  (0) 201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