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열린일기

둘레길, 아빠생각

오프엔 둘레길.

아침묵상은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둘레길 아침묵상이 나는 제일 좋다.

매일매일 둘레길을 나가고 싶으나 피곤함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출근하는 날은 나가지 못한다. 큰 맘 먹고 출근하는 날도 시작해봤다가 일주일만에 포기했다. 사실, 나갈 수 있고 나가면 행복한 시간이기는 하나 피로가 누적되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끝내 병을 얻지 않을까 하는 지레 걱정으로 일단 후퇴. 내가 일에 좀더 익숙해지면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러나... 해는 점점 짧아질테고 갈수록 쉽지 않아질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ㅠ

내 방에서의 묵상시간은 보통 15분, 길어야 20분이라 둘레길을 나가야 좀더 편안하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그래서인지 둘레길을 나가면 아빠생각이 난다. 오늘도 아빠생각을 했다. 내가 괴롭지 않으려고 큰 고생없이 가셨다고 했지만 사실은 45일간의 시간이 어찌 고생이 아닐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아픈 내색하지 않았던 시간들, 아빠는 맑은 정신으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본인이 아프면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건만 아빠는 끝까지 나 피곤한 거 걱정해주고 아픈 내색하지 않았다. 콧줄을 하고 있는 것이,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수액으로 연명하는 것이, 꼼짝못하고 누워만 있는 것이, 유린백을 달고 있는 것이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까.

아빠가 떠나신지 1년 하고도 두 달이 가까와온다. 어느새 아빠 없는 생활이 자연스러워진 삶이 아빠한테 미안하다. 물론, 아빠는 좋은 곳에 계시는 거 알고 있다. 아빠가 떠나고 며칠 안되어서 내 꿈에 보인 장면들을 나는 기억한다. 아빠는 나를 위해 내 꿈에 오셨고 아빠가 있는 곳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지금은 고통 없는 곳에서 편하게 쉬고 있는 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줄 분명하게 알고는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일들에 나는 마음이 아프다.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말하면 영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아 하지 못했는데 끝내 그 말들 한 마디 아빠 귀에 들려주지 못하고 그렇게 보냈다. 아빠는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을까.

아무도 없는 순간에 아빠 부르며 우는 것도 이제는 드문 일이 되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 열린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넷 서신  (0) 2016.08.08
옥중의 막내에게  (0) 2016.08.08
홍수네 동네 - 160727  (0) 2016.07.29
0721 - 모처럼 저벙, 맥주벙개  (0) 2016.07.29
평화  (0) 201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