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4박5일 휴가나온다는 별이의 전화를 받고 일요일 오후에 하나로마트에 다녀왔다. 반찬 해놓지 말라고는 하지만 과자나 과일이라도 있어야지. 늘 사는 부식거리와 과자, 과일 외에 후레지아 한 단을 샀다. 이천 오백원.
장미꽃은 지난 주일에 별이아빠가 교사대학을 마치고 졸업 선물로 받아온 꽃이다. 이왕이면 빨갛거나 노란 장미가 좋은데 저런 희미한 장미라니... 어쨌든 별이아빠는 교사대학을 수료했고 장애아를 돌보는 교사가 되어 장애아와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 일을 통해 보람과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를..
별이는 예정대로 월요일 아침 10시가 조금 넘어서 집에 도착했다. 얼굴은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살이 찌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딱 좋다. 살 찌는 것도 싫고 너무 빠져서 앙상한 것도 싫고. 추운 곳에 있으면서 서울에 오면 무지 따뜻할 줄 알았나보다. 서울이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고 한다. 그래도 서울은 손은 안시렵다고...
추운 거만 빼면 군대 있을만 하다고 한다. 지난 번 훈련 때는 너무너무 발이 시려워서 발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고. 원래 아프다 불편하다 말이 없는 아이인데 꽤나 놀랐던 모양이다. 나도 지난 겨울에 등산갔다가 손이 얼어터지는 줄 알았는데, 아프기도 하고 정말 얼어서 터지는게 아닐까 잠시 걱정을 했었는데 그보다 더 심했겠지. 많이 겁이 났던 모양이다. 제대까지는 이제 딱 일년이 남아 겨울을 한 번 더 보내야 하는데 걱정이다. 처음 군대에 갔을 때보다 시간이 안간다고 한다.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 눈치보느라 경황도 없고 바빠서 몰랐는데 이제 슬슬 상황파악도 되고 아래 후임도 들어오고 어찌 돌아가는지 알겠으니 아무래도 시간이 잘 안가겠지.
휴가온 첫날은 일이 바쁘지 않아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 잠깐 나갔다 돌아와 같이 있다가 외식을 했다. 사실 같이 있다는 것도 마주앉아 얘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집안에 나란히 들어 앉아 있다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것도 없다. 제놈은 제놈대로 컴퓨터하고 나는 왔다갔다 하거나 티비보거나 집안일 하거나...
(셀카... 앞에 별이아빠가 앉아 있었건만 별이넘이 사진찍기 싫어하는 통에 슬쩍 셀카 촬영)
지난번 휴가나온다 할 때부터 회가 제일 먹고 싶다고 해서 하계동 어부박씨에 갔다. 별이아빠는 운전 때문에 못하고 별이랑 둘이 처음처럼 한 병을 나누어 먹었다. 일본 원전이 어찌되려나. 어쩌면 앞으로는 회, 생선류를 먹기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면서 먹었다. 어부박씨는 그럭저럭.. 메뉴를 보니 낮 메뉴가 저렴하고 괜찮은 듯하다. 낮에 자유로운 아짐들이 점심에 모임하며 먹기 좋은 곳. 나한테는 그런 혜택이 없겠다. -.-
별이는 저녁을 먹고 중계동 학준이네 가겠다고 해서 학준이네 아파트 앞에서 내려줬다. 휴가 온 첫날 밤을 친구집에서 보내겠다고 하는 넘. 학준이 엄마하고는 가끔 저녁도 먹고 꽤 오래 되긴 했지만 가끔씩 통화도 했는데 학준아빠에 대한 감정은... 잊을 수가 없다. 그가 준 상처.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제일 점수가 낮은 사람. 확실히 자식이 부모보다 낫다. 그래서 역사가 발전하는 것일까. 하하..
별이 여자친구가 없어졌으므로 이번 휴가가 좀 한가한 느낌이 든다. 벌써 이틀이 저무는데... 금요일 귀대하는 마음은 어떨까. 그래도 그곳에서 같이 지내는 사람들과 친분이 쌓였을텐데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좋겠다. 아니 어찌 가벼우랴. 너무 무겁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