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때문에 어제부터 YTN 뉴스를 자주 창에 띄워놓고 보는데 오늘 아침 뉴스에, 일하면서 들으면서 하는 중 눈에 익은 모습이 보였다. 아, 은미의 남편.. 자막을 보니 자리이동을 한 모양이다. 소리는 귓등으로 다 날아가고 화면만 한참을 보고 있었다.
한국에 다녀간 지 만 2년이 지났다. 다녀가고 바로 생일에 메일 하나 보내주고 그 후로 가끔씩 연락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래, 오늘같은 날 메일을 쓰자 하고 천랸으로 달려가 안부메일을 간단하게 보냈는데 몇 시간 안되어 답신이 왔다. 내 예상대로 남편만 한국에 돌아오고 아이들과 은미는 미국에 있었다.
어느날 프리필에서 은미가 자취를 감췄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 이렇게 정직하게 글을 쓰는 공간을 공개하는 것이 은미를 위해서 별로 좋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차라리 잘 되었을지도 몰라 하고. 나는 은미가 아주 큰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그즈음 아마도 오래 전에 쓴 글이 문제가 되어 곤혹을 치루는 사람을 언론을 통해 봤었던 것 같다.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프리필에 가도 은미가 어찌 사는지 도통 알 수 없었는데 오늘 편지에 가족들이 함께 보는 블로그가 있다고 주소를 알려주었다.
얼른 찾아가보니 일년 몇 개월 쓴 글이 900개가 넘는다. 반가워라. 내게 답신을 쓰기 바로 전에 썼을 듯한 페이지도 있고 우리가 만났을 때보다는 얼굴에 살이 좀 올라 보기에 좋았다. 은미는 잘 살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 바빴는데 바쁜 틈틈이 잠깐씩 은미의 글을 읽으며 맨 처음 프리필 은미의 글정글을 찾았던 때가 떠올랐다. 글을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감동도 하고 공감도 하고 참 좋았었지. 새로 알려준 블로그도 그럴 것이다.
글을 읽으며 은미가 얼마나 내게 큰 도전을 주었는지 깨달았다. 은미의 글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의 삶의 모습을 보고 나는 내 자신을 곧추 세웠던 거 같다. 그 친구를 닮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못보고 지내는 동안 그런 면에서 나는 많이 해이해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또 은미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새롭게 긴장을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좋은 면으로 자극하고 이끌어주는 - 본인이 의도하든 안하든, 알든 모르든 - 친구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오늘 참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