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여태껏 해본 적 없는것 하나를 충동적으로 해봤다. 무작정 떠나기. 그것도 퇴근하고 난 후에.
춘천을 갈까 대전을 갈까. 너무 멀지 않은 곳이 낫겠지? 가서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고 와야 할테니. 종일 검색하며 머리를 굴리다가 천안으로 결정! KTX를 타면 가는 시간이 너무 짧아 여행 기분을느낄 수 없을테니 버스를, 그것도 평소에는 탈 기회가없는우등고속버스를 타보자고 결정. 퇴근 후 고속터미널로 향했다.
배가 고파서인지, 맛없을 게 분명한 터미널 안의 음식냄새가 훌륭하다. 좀처럼 하지 않는 짓 또 하나 서서 오뎅 꼬치 사먹기를 하고 7시 20분 우등버스에 올랐다. 통영과 태안을 다녀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퇴근하고 천안가는 길은 처음보는 풍경처럼 새롭다. 하긴, 통영갈 때는 자정에 출발해서 잠만 내내 잤고 태안 가는 길은 아침에 출발했으니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
길도 모르고 동네도 모르지만 아파트와 상가, 거리의 불빛이 천안에 갈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휘황 찬란한 불빛이 이어지다가 잠시 그 빛들이 잦아들고 그러다가 다시 또 새로운 찬란한 빛이 다가오고. 하얀 빛, 노란 빛, 주황 빛, 때에 따라 온갖 네온사인의빛들이까만색 밤을 배경으로 화려하다. 서울은, 아니 수도권의 야경은 홀릴 듯 아름다웠다.
예정시간 한 시간을 좀 넘겨서 천안에 도착했는데 도착한 곳이 서울의 명동쯤 되는 거리였던지 오히려 촌놈이 서울에 올라간 느낌마저 들었다.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거리, 그 거리에서 이방인의 눈으로 두리번거리다가 어느식당에 들어갔는데 젊은이들이 많은 고깃집이라. 갈매기살과 소주 두어 잔, 누릉지와 후식용 국수를 먹었다. (사진 찍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운..)
천안에 왔으면 호두과자를 좀 사가지고 가서 별이아빠에게 자랑겸 전리품처럼 내놓아야 하는데 호두과자를 사러 갈 시간이 안된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 이번에는 일반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조금 빠르게 꼭 한시간 만에 돌아왔다.
평일, 그것도 월요일 퇴근 후, 1시간 내려가서 1시간 남짓 그곳에서보내고 다시 1시간 올라온 건데 일상을 벗어난 탓일까 꽤 긴 여행을 한 느낌이었다. 그 밤 차창 밖 야경이 잔상처럼 계속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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