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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추억만들기... 2

다음날인 11월 20일 토요일..

 

호텔 사우나에 가실 분은 일어나서 나오세요~ 하는 찬호선배의 목소리에 잠을 깨보니 6시. 부지런한 남자들이나 가라 하고 게으른 여자들은 그냥 누워서 좀더 게으름을 떨다가 일어나 씻고 커피를 한 잔 하고나니 사우나 갔다가 빵을 사들고 들어온다. 아침으로 빵과 조각케잌, 쿠키와 커피, 과일을 펼쳐놓고 한바탕 또 수다를 떨면서 먹고 정리하고 나온 시간이 대충 9시 전이었을 것이다.

밤에 들어와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용평리조트는 꽤 규모가 큰 모양이다. 호텔도 있고 건축한 시기가 서로 다를 것 같은 콘도들이 여기 저기 군데군데 모여 있다. 체크아웃을 하고 스키장쪽으로 가보니 벌써 스키장을 개장해서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 별이 또래 젊은 애들이다. 스키를 갖춘 사람은 별로 없고 대부분 보드복을 입고 보드를 들고 다닌다. 한쪽에는 눈을 만드는 기계를 줄지어 늘어놓고 눈을 만들어 뿌리고 있고 한쪽에는 이미스키를, 보드를 타고 내려온다. 눈밭 위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내가 제일 높이 올라간 것이 용문산 1,157미터인데 여기 발왕산은 표식을 보니 1,500여 미터쯤 되는 것 같다. 날씨가 좋지 않아 시야가 트이지 않은 것이 참 안타까웠다. 쉽게 또 올 기회는 거의 없는데... 그래도 첩첩이 둘러싸인 산을 볼 수는 있었다.



회사에서 단체로 온 듯 보이는똑같은 옷을 입고온 등산객들이 많았는데이른 시간에 올라온 것이 참 대단하게 보였다. 그때가 10시쯤이었으니까 6시쯤? 늦어도 7시에는 출발해야 10시쯤에 1,500미터 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텐데.. 내려오면서 보니 산에 오르는 길이 험하지 않고 흙길이라 길이는 길어도 오를만 해 보였다. 서울 근처에 이런 산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가 몇 번은 한 것 같다.


이곳도 겨울연가 촬영지였는지 배용준과 최지우의 사진이 서 있어서 사진 한 장 찍을까 하고 배용준 앞에 섰더니만 나는 키가 작아 안맞고-.- 예진엄마가 그래도 최지우 사진을 대충 가려서 한 장 찍어 주었다.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는 올라갈 때 유심히 보고 무엇일까 서로 얘기하던 것을 찍었다.

주변 나무는 잎들이 모두 떨어져 황량한데 나뭇가지 끝 부분에 꽃처럼 보이는 것이 피어 있어서 얘기를 나눈 결과 아마도 기생식물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맞을 것 같다.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오대산 월정사였다. 설악산을 처음 가본 난당연히 오대산도 월정사도 처음이었다.

국사책에 나오는 국보 48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유명한 절에는 별로 가본 적이 없지만 월정사는 왠지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위 오른쪽 사진의 중간 건물이 환해 보여서 다시 봤더니 아마도 최근에 지은 건물인 듯 때묻지 않은 나무색이다.


월정사 근처에는 쭉쭉 뻗은 전나무가 보기 좋았고 내려오는 길에도 전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이 멋있었다. 월정사에서 나오다가 먹고 싶어하던 감자전을 하는 식당이 있어서 들렀다. 점심은 제대로 먹어야 하니 감자전 두 접시와 도토리묵 한 접시만 시켜서 먹었는데 양이 많기도 하고 기름에 구운 음식이라 점심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서 서울로 돌아가다가 점심을 먹자고 하고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휴게소에 내려서 휴게소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고 오뎅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나니 점심 생각은 저 멀리로 달아나고 내쳐 달려왔더니 길음동 M의 집에 도착한 시간이 3시가 좀 넘어서였다.

오면서 별이아빠에게 4시쯤 도착할테니 저녁 같이 먹게 등산 가지 말라 하고 재용선배와 주영이 엄마에게도 전화를 해서 시간이 되는 별이아빠와 주영엄마, 주희,예진이와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잠시 M의 집에서 쉬었다. 가는 날부터 밥 한끼는 내가 사겠다고 해도 못내게 하고 서울가서 사라 하더니 - 아마도 서울 가면 그냥 헤어질 생각을 했을 것이다 - 정말로 살 기회가 되었다.

여럿이 식사할 때마다 매번 그렇지만 메뉴를 정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내가 드림랜드 근처에 갈비집을 생각했더니 M의 아내가 북악정을 얘기한다. 맞다. 북악정이 훨씬 조용하고 분위기도 좋다.


별이아빠랑 제일 먼저 도착해서 9인석 예약을 해 놓고 나니 M부부가 도착하고 그 다음 예진이와 찬호선배 부부가 들어오고 먹기 시작한 후에야 주영엄마가 주희를 데리고 도착했다. 아침은 빵으로, 점심은 감자전으로 대충 때우다시피 한 터라 배가 많이 고팠고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9인 식사비가 28만원이 좀 넘게 나왔는데 P님이 주신 금일봉 십만원을 보태고 10% 할인을 받아서큰 부담없이 저녁을 살 수 있었다. 갈비도 맛있었고 반찬도 맛있었고 서비스도 좋고 다 좋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다들 배불리 잘 먹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내 배가 부르니 나는 잘 먹었는데 다른 이들은 어땠을까, 혹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10년 만에 만난 찬호선배... 몇 년 전, 모교회가 힘들어졌을 때, 사람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을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찬호 선배가 지금 이곳에 있다면 상황을 좀 더 낫게 만들 수도 있을텐데 하는... 그 선배의 부재가 참 아쉬웠었는데, 그렇게 그 선배는 온화하고 따뜻하게 설득하고 리드해 갈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멀리 떠나가서 우리 옆에 없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이제 이번 주말이면 선배는 또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언제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지 기약도 없지만 내 젊은 시절, 우리의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10년만에 보는 찬호선배가 많이 늙어버린 것이 참 마음이 아팠는데이제는 더 이상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과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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