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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뮤지컬 서편제

 

늘 컴퓨터에 앉아 있다보니 시간이 날 때면 인터넷쇼핑센터를 뒤지게 된다. -.- 그중 자주 가는 곳이 예스24닷컴과 인터파크 공연몰.

지난 7월말에 갔을 때 뮤지컬 서편제가 새로 떴는데 출연진을 보니 JK김동욱과 이자람이다. 이자람이라고 하면 언젠가 글에 쓴 적도 있지 아마? 25여 년 전 소공동 코러스에서 피아노치며 진행하던 이규대 씨의 딸이라.

이규대 씨는 오래 전에 '엄마 아빠 좋아' 라는 노래를 불렀고 이자람이 어릴 때는 '예솔아' 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규대 씨도 이자람도 나를 전혀 알지 못하지만 한 때 코러스 매니아였던 나는 혼자 친근한 느낌이라 가끔씩 매스컴을 통해 듣는 이자람 소식이 반가웠다. (사실은 그 아빠가 더 궁금해..)

8월 6일까지 예매를 하면 20%를 할인해 준다는 안내를 보고 8월 초에 예매하면서 멀찍이 8월 마지막 날을 잡았다. 티켓 1매의 주중 가격이 8만8천원. 두 매 값을 할인받고 수수료까지 합하니 14만원이 넘어선다. 이 정도 가격의 공연이라면 중간급 정도의 공연이고 상급 공연은 15만원 정도라. 도대체 나같은 서민은 단단히 맘 먹고 수없이 갈등해야 겨우 한 번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말까하다. 일년에 네 번 정도만 좋은 공연 부담갖지 않고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또다시 했다.

예매한 날짜와 공연을 관람하는 날짜 사이에 간격이 길다보니 예매하면서 기대하고 손꼽아 기다리는 동안 행복한 것이 그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싶다. 거의 한 달을 기대하며 보냈으니.

두산아트센터가 매일 걸어서 출퇴근할 때 걷던 그 길의 바로 안쪽 이면도로에 있다는 사실을 서편제를 보러 가면서 처음 알았다.

1층 출입구에서 연강홀로 가는 길.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피아노 건반을 발로 밟으면 그 음에 해당하는 피아노 소리가 나는데 티켓을 교부받고 친구를 기다리며 혼자 뚱땅거리고 돌아 다녔다. 내가 몸만 좀 가벼웠어도 노래를 한 곡 연주하는 건데 이놈의 몸집이... -.-;;



 

1층 입구로 들어오면서 왼편으로 보면 아래층 연강홀이 보인다. 나무벤치에 앉아 있는 커다란 곰은 STAFF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


 

1층에서 연강홀로 내려가는 계단참에 있는 조형물.

 

계단참에 있는 조형물 옆에서 올려다 본 진입로.



 

영화 서편제에 대한 평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나도 한 번 봐야지 생각은 한 적이 있었지만, 또 뮤지컬 보기 전에 영화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될까 싶어 다운받아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결국 책도 영화도 보지 않은 상태로 뮤지컬을 보러 갔다. 뭐, 그것도 별로 나쁘지 않다. 꼭 책이나 영화를 보고 비교해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뮤지컬 서편제를 보고 느끼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나의 무대장치를 이리저리 이동시키면서 조명만으로 꾸민 뮤지컬이라 볼거리는 없었다. 솔직히. 내가 본 뮤지컬이 대부분 짧은 시간의 스토리를 담아냈던 것에 비해 이 서편제는 2대에 걸친 긴 시간을 담고 있었다. 유봉과 동호, 두 세대의 인생을 무대를 통해 보여주기에는 시간도 짧았고 몰입하기가 좀 어려웠다. 서양음악도 있었지만 판소리가 주류를 이룬 뮤지컬 서편제가 독특했고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중간에 나오는 장례식 장면과 마지막 송화의 판소리 심청전 대목이 인상 깊게 남았다. 주제가 좀 무겁기는 했어도, 볼거리는 별로 없었어도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 뮤지컬이었다.

함께 한 친구와 공연을 보고난 후 근처에서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나눈 말이 "그리스가 훨씬 더 재밌지?" 였다.

주제가 다르고 느낌이 다르니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생각하게 하는 무거운 주제보다 즐겁고 유쾌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좋다. 글찮아도 스트레스 많은 세상, 돈 주고 스트레스 사고 싶지가 않아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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