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2 목 약간흐림
3일전 월요일, 미경, 은실이와 셋이 만났을 때 갑자기 은실이 사정이 생겨서 밥만 먹고헤어지는 바람에 목요일에 다시 만나 느긋하게 점심먹고 차마시면서 수다떨기로 그날 약속을 잡았었다.
시청앞에서 미경이 차로 남산에 올라 비빔밥을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촛불이라는 까페에서 차를 마셨다. 까페 앞에 작은 벤치가 있기에 장난하듯 앉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장난치면서 놀던 시절의 친구가 아니라면 아마 이런 사진을 찍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도 대로변에서..
중2 때 같은 반이었던 은실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본 적이 없으니 30년도 훨씬 더 지나서 만난건데도 금방 알아보았다. 그래도 만나기로 했으니 알아본 것이지 길에 스치면서 지나친다면 쉽게 알아보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미경이도 은실이도 내 기억속에는 조용한, 평범한 아이들로 남아 있는데 만나고 보니 여간 부산한 친구들이 아니다. ^^ 성격이 쾌활하고 할 말도 어찌나 끊임이 없던지... 내 기억하고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별이보다 두 살 많은 딸과 한 살 많은 아들을 거느린 은실이는 그때는 전혀 그런줄 몰랐는데 바이올린을 전공했다고 한다. 딸이 있는 것도 부러웠지만 자매가 다섯이라는 얘기에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깔깔거리는 은실이 성격의 원인을 알 것 같았다.
남편은 대기업 건설사에 다니는데 해외에 나가 있고 아들은 고등학교 때 조기유학보냈다가 군 입대하기 위해 들어와 있고 딸은 고대 다니다가 얼마 전에 어학연수차 영국으로 출국했다고 해서 그 능력이, 경제적 여유가 내심 부러웠는데 아파트 담보대출받아서 연수보냈다는 얘기며 남편은 집안 재정에 대해 알지도 못한다는 얘기, 이제 파출부라도 하러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거리 없는 집이 없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은실이가 이제 겨우 초등 5학년 쌍둥이를 둔 미경이에게 학원에 대해 조언하고 싶어하는 걸 보면서, 외고니, 대치동이니 얘기하는 걸 들으면서 그런 상황에 처할때마다 느껴지는 지루함을 느꼈다. 은실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별이가 남들이 인정하는 학교에 갔다면 나도 은실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은실이가 제 스스로 아들은 도피유학이었다고 말했듯이 현재 스코아 절반의 성공. 앞 일은 두고봐야알 일이라 쳐도... 친구들을 만나서 교육에 관한 얘기를 할 때마다 나는 이미 때가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고 걱정된다.
나는, 내 상황은, 이제 내가 어찌 해볼 상황이 아니라 별이가 성숙하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자기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 아이가 다 커서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고 중년이 되어도 나는 아이를 보면서 늘 고뇌할 것이다. 모든 부모가 다 그렇듯이. 충분히주지 못한 사랑,성숙하지 못해서 준 상처, 가난하기 때문에 지원하지 못한 것들.. 그것을 끝까지 품고 살겠지.
미경이, 은실이는 이야기하면서 내가 기억력이 좋다는 얘기를 한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 함께 겪은 경험들을 왜 미경이, 은실이가 기억하지 못하는지 나는 오히려 답답한데. 다음에 만날 때는 중학교 앨범을 꼭 가져오라고 한다. 정말 그래야겠다. 얘기해도 애들이 기억을 못하니 내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서로 가까이 있으니까 자주 만나자면서 연락되는 친구들 한 번 모아보자고 한다. 요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말이다. 이제 아이들은 하나 둘 떠나가고 외로움을 느낄 시기. 그래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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