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 가마골에서)
2010. 7. 23 금
별이의 전화가 오지 않았다. 수료식이 끝나면 자대배치하고 금요일 저녁에는 대부분 전화가 온다고 했는데.
당일에 안오는 경우도 있다하니 기다릴밖에..
2010. 7. 24 토
아침에 눈을 뜨니 8시가 훨씬 넘었다. 흔하지 않은 경우.. 보통 주말이라도 일어나는 건 일찍 일어나니까. 전날 별이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은 것이 나를 처지게 했나보다. 무기력하게 앉아 티비를 켰는데 홈쇼핑에서 길쭉한 구이용 쿠커를 판다. 고기 구워먹기 좋겠다. 저거 사가지고 가서 별이 면박 때 고기구워먹을까?....
다른 곳에서는 글라스락 세트를 판다. 글라스락, 내가 비싸서 망설였던 것인데 커다란 글라스락 4개를 끼워서 판댄다. 저거 사서 고기랑 장어랑 담아가지고 면박가면 좋겠다....
충동구매... 나중에 후회하는게 충동구매인데 생각하면서도 글라스락세트를 주문했다. 하하..
덥기도 하고 마냥 전화만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일하기도 싫고... 늘어져 있었더니 별이아빠가 송추로 갈비탕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래, 밥도 하기 싫은데.. 따라 나섰다. 점심 먹고 근교에 있는 아울렛에 가려고 생각했더니 그쪽으로는 아울렛이 안보인다. 송우리 쪽에는 많았는데.. 나가는 차도 밀리고 그냥 중계동 아울렛으로 가서 옷 몇가지를 사는데 전화가 온다.
033 으로 뜨는 전화는 별이려니! 받았더니 자대에 가지 못하고 **연대에서 대기중이라고 한다. JSA에서 왜 자기를 데리러 오지 않았는지 알아봤느냐고 묻는다. 많이 섭섭한 모양이다. 미리 카페에서 교육받은대로 침착하게 전화받았다. 아픈데는 없니, 배 아픈건 어떠니. **연대 **대대 **중대라고 하면서 월요일에나 자대에 갈 거 같고 그때 전화를 할 거라고 한다. 말끝에 언제쯤 면회가 될까 물었더니 GOP들어간다고. 10월이나 11월쯤 되어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이랬거나 저랬거나 결국 당분간 별이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인 건 숙명이었던 모양..
군대 용어도 모르고 이해가 전혀 없으니, 별이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일테고 소통이 제대로 된건지도 모르겠다. JSA로 갈 거라고 해서 오래 못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훈련말기에는 JSA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8월 7일쯤에는 면박갈 수 있을거라 예상하고 글라스락도 샀건만... 아이의 목소리도 담담하고 내 목소리도 담담하고... 내가 너무 담담해서 아이가 섭섭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항상 그렇지만 그 순간은 늘 담담하다. 지나고 나면 미칠 것 같더라도...
2010. 7. 25 일
예배도 드리고 봉사도 하고 미연이랑 점심도 먹고 집에 돌아오니 3시가 좀 안되었다. 비도 오락가락하고 마음도 편치 않고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 기분이 더 처질 것 같아서 해가 살짝 나는 걸 보고 등산가기로 작정, 집을 나섰는데 해가 얼마나 쨍쨍하던지.
버스를 타서 맨 뒷자리 정 가운데 자리가 있어서 앉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쉴새 없이 흐르는지.. 다행히 별이아빠는 버스의 앞 부분에 서 있어서 들키지는 않았는데. 양 옆 좌석 젊은 남자 애들은 눈치를 챘을텐데 이놈의 눈물이 멈추지를 않는거라. 뭐, 또 볼 사이 아니니..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또 아침 일찍 혼자 드린 예배시간에도 그렇게 눈물이 흐르더니. 담담하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기대가 허물어져서인가...
산은 생각보다 시원했다. 입고 나간 별이 티셔츠가 다 젖어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는 추웠다. 그렇게 주말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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