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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100619 - 별이의 옷소포

2010. 6. 19 토 오전에 비

산정호수에서 11시쯤 출발했으니 집에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좀 넘었을 것이다. 문앞에 소포를 보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온다. 편지쓰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몇 줄의 편지가 왔다.

그곳이 편하고 시원하고 잠도 많이 잔다고. 거기에 밥도 엄마가 해주는 것보다 맛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거기야 잠깐 거쳐가는 곳이니 편하고 시원하고 잠도 많이 자지..-.- 지금쯤은 긴장과 초조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고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신병훈련 시작인데 얼마나 덥고 힘들지 편지를 쓰는 그 시간에는 상상도 못하는 것 같았다.

글 말미에 정이에게 문자 한번만 보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짐 왔다고, 별이 잘 있다고.. 그리고는 나가봐야 된다고, 또 편지 쓰겠다고 하고 짧게 마쳤다. 박스속에서 포스트잇이 세 장이 더 나왔는데 그중 하나에는 정이 핸드폰 번호를 써놓았고 JSA 갈거 같다고, 훈련 3주차 때 그쪽으로 가게 될거라는 쪽지와 연락 오랫동안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너무 기다리지 말라는 쪽지였다.

편지는 우리를 만날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을 수요일 저녁쯤에 썼을 것이고 쪽지는 그때 같이 넣었거나 목요일에 넣었을까? 그렇잖아도 어제 저녁부터 계속 보고온 별이 얼굴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남몰래 눈물바람을 하고 있었는데 소포를 받아 옷을 펼쳐놓고 편지를 읽고 나니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진다. 다행히 별이 아빠도 없어서 좀 울었더니 종일 머리가 아프고 등과 가슴이 아프다.

3사단 카페에 들어가서 보니 훈련 사진도 올려주고 글을 올리면 아이한테 전해준다는데, 그렇게 군대는 좋아졌다는데 그래도 한번도 떨어져 있어본 적 없는 아이가 며칠째 집에 없으니 군대가 좋아졌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훈련이 끝나고 면회다녀오면, 자대배치를 받아서 면회 몇 번 다녀오면 나아지겠지만 이 습하고 더운 장마철에, 5주간 동안 고생할 생각을 하니 - 아니 뭐 고생이야 5주 뿐이겠나 22개월 전부겠지만 - 5주간은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몇번 카페를 들락거리다가 별이 기수의 게시판이 마련이 되어서 별이에게 편지를 쓰는데 지현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는 M이 별이아빠에게 전화했다고 하더니... 마음도 편치않을텐데 드라이브하고 저녁이나 간단히 같이 하자고.

별이아빠가 교회 모임이 있어 나갔다고 하고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끊었다. 우린 그렇지 못했는데 참 미안하고 고맙다.

또 통화하기 힘든 친구가 두 번씩이나 전화를 주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날 위로해주기 위해 어렵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친구의 전화가, 그 마음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별이는 지금 뭘 하고 있으려나, 무슨 생각을 할까. 정이생각 많이 하겠지. 집에 돌아와 뒹굴거리고 싶겠지. 아니 어쩌면 가능하지 않은 일은 진작에 포기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별이는 잘 하고 있고 각오하고 있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아들이 고생하는 것을, 아들이 내게서 떠나가는 것을 내가 두려워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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