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1 목 맑음
미리 예정한대로 어제 점심은 혜숙이와 먹었다.
삼선교 역까지 가서 혜숙이 차를 타고 성북동 쪽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여자들끼리 가서 먹기에 좋은 분위기..
근처의 여유있는 중 장년이상 분들이 많았다.
혜숙이의 시어머니 얘기...
그랬지. 그 시대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당연히 집에서 벗어나려면 결혼해야 했고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아야 했고 시부모님 있으면 모셔야 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싶지.
결혼을 안할 수도 있었고 아이를 낳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그래도 혜숙이는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는 것 같다. 아니 우리 나이가 그럴 나이가 되었을 수도.
두어 시간 남짓 식사와 커피를 한 자리에서 해결하고
충무로 화실에 간다고 나를 충무로 역에 내려 주었다.
혜숙이 차 안에 있던 인형이 부러웠다.
나도 인형갖고 싶어.
퇴근길..
예정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게 돌아갔고나는 걸어가려고 을지로 지하보도를 걸었다.
춥기도 하고 기분도 썩 좋지 못하고... 갑자기 걷기 싫었다.
걷게 되면 보나마나 어떤 생각에 몰입할 것 같기도 하고...
을지로 5가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계속 걸어서 동대문운동장까지 갔다.
사람이 많아서 지하철 하나를 그냥 보내고 다음 차를 탔다.
미아삼거리역을 출발하면 내리기 위해 출입구 쪽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출입구쪽으로 옮기다가 무심코 눈길이 닿은 그곳에 정훈이가 앉아 있었다.
지하철 같은 칸에 타고 왔는데 내릴 때가 되어서야 봤단 말이지.
같은 역에서 탔을지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정훈이를 우연하게 만난 건세번째? 아니면 네번째?
아마도 정훈이가 내 생각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렇게 만난 걸 보니.... 히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로 퇴근하는 중이었는데
생각지 않게 정훈이를 만나는 바람에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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