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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내가 요즘 좀 그래. 일곱시 오십분에 깨워줘"

오늘 아침 7시 44분에 도착한 문자 메시지.

잠들기 전에 아침에 일어날 시간을 예약문자로 보내놓는게 요즘 아들넘이 쓰는 방법이다.

문자를 보니 내 마음이 찡하고 마음 아픈 아들넘이 새삼 더 안타깝다.

이번 주간까지 동아리에서 행사가 있어서 늦겠다는 얘기는 지난주 초에 했었는데

말처럼 아들은 이번 주간 내내 늦게 집에 들어왔다.

심지어 새벽녘에야 집에 숨어들듯 들어온 적도 있으니까.

내 예측이 맞은 것 같다.

지난 20일 일요일밤 이후 잠깐씩 보게되는 아들은 더 말수가 없어지고

술냄새를 풍풍 풍기기도 하고 어느날은 침대에 엎드려 울기도 했다.

수요일 아침에야 나는 아들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커플링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고

오늘 아침에는 아들넘 한쪽 귀에 귀걸이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들넘의 마음은 복잡할 것이다.아니 어쩌면단순할 수도 있고.

빨리 아들넘이 이 터널을 벗어났으면 좋겠다.

내 마음은, 며칠 사이에 내 마음도 많이 복잡했다.

아들에 대한 이해보다 섭섭한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시간이 좀 흐르니내가너무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엄마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엄마 세대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니, 이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개인의 문제일 것이다. 다른 엄마들은 나같지 않으니까.

어제밤에 명동에 나갔다 하더니 귀를 뚫고 왔나보다.

일탈을 꿈꾸었을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실망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보았다. 나는 어땠지?

뭐, 나도 귀를 뚫어서 귀걸이를 한 적이 있고 (20년 가까이를..)

요즘 한쪽 귀걸이 하고 다니는 젊은애들은 부지기수로 많긴 하다.

아, 생각해보니 지금 64살의 막내작은아빠가 20대 후반인지 30대 초반에 귀를 뚫은 적이 있었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건전하게 살아온 작은아빠도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는데 뭘.

그런 생각들을 해내며 실망하려는 마음을 다스렸다.

어제는 인터넷에서 책을 한 권 주문했다.

요즘은 배송이 빨라서 아침에 주문하니 저녁에 책이 온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이책을 읽어본 적은 없는데 아들넘한테 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샀다.

여자형제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어서, 또 조언해 줄만한 형제나 주변인이 없어서 아들넘 상처가 더 큰 것 같다.

당장은 이 책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겠지만

한번 읽고 나면 앞으로 있을 또 다른 만남과 관계맺기 때에 도움이 되겠지.

아들이 이 사건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 성격도 나를 닮은 부분이라... 오히려 아들에게 미안할 일이다.

아들넘이 빨리 평상심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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