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617 수 날씨는 흐린편..
월요일 미화의 전화를 받고 만나기로 한 오늘, 우리는 정확한 시간에 약속장소에서 만났다.
얼마만일까. 15년 전에 만났고 그 후에 한 번 더 만났을까?
그럼 만난지 10년쯤 되었을까? 어쩌면 그보다 더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미화는 여전했다. 마치 중학교 때의 그 모습처럼..
미화는 계속 공부를 했고 공부가 즐겁다고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도 했고 배우고 싶은 스승을 만났는데 그에게 배우고 싶다고도 했다.
고등학생 영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아들은 대학교 2학년, 등록금의 반 정도는 장학금을 받아온댄다.
남편은 여전히 착실한 사람이지만 결혼생활의 위기를 여러번 겪었다고 했다.
그 위기는 남편 탓이 아니고 본인 탓이라고도 했다.
자유로운 친구,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친구는 아마도 결혼생활이 족쇄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미화가 스시를 샀고 나는 커피를 샀다.
여전히 주변 상황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중학교 시절을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빈둥지 증후군 비슷한 증상도 있는 것 같아보였고.
여태 찾지 않던 친구를 찾는 것을 보면.
미화 말대로 우리의 중학교 시절은 참 아름답고 행복했다.
몇몇 친구들은 그때 이미 사회를 보는 시각도 있었고 진보적이었다.
미화가 정순이와 연희 얘기를 했고
연희가 미국을 간 것, 학업을 중단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얘기인데...
나는 은미의 근황을 얘기해줬다.
은미와 미화는 중, 고등학교 동창이라 미화가 은미를 알 것 같다고 한다.
나는 끝까지 공부하는 친구들은 중학교 때 1, 2등을 하던 친구들보다는
성적은 중상을 유지하면서 책을 좋아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들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미화도 그렇고 은미도 그렇고...
1, 2등 하던 친구들이 끝까지 공부하는 거야 그러려니 하기 때문에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중상을 유지하면서 책을 읽던 친구들이 끝까지 공부하는 것은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새롭게, 놀랍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미화는 내가 왜 계속 공부하지 않았는지 궁금해 했다.
형편이 어려워서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하는데도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ㅎㅎ
자기네도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대학을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그것은 어쩌면 집안의 문화적인 차이일 것이다.
어쨌든 나는 더이상 지난 일들을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학업에 열중할 때내게는 나만의 일이 있었고 그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다.
나는 내식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가, 그 후의 상황이 급변해서 내게 다시 불리한 상황이 되었을지라도.
나는 학업을 계속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에 진보하지 않는 것이, 게으른 것이, 두려움에 떠는 것이안타까운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미 나는 옛날 우리 엄마가 깜빡깜빡 잊어버리던 것을 요즈음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길을 잃은 것 같다.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이 나를 일으켜줄 수 있을까.
아직도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있는데...
미화의 열정이, 열심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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