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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간병 - 목욕시키기


엄마네 갔다왔다. 운동도 건너고 버스로 엄마네 갔더니 마침 저녁식사 전이라. 내가 만들어 보낸 반찬, 이모가 만들어 보낸 반찬에 엄마가 기어다니면서 끓여놓은 미역국과 밥을 챙겨 같이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고 엄마 목욕을 해드렸다. 힌 번도 해본 적 없는 시중. 어떻게 목욕을 시켜야 할지 난감한 맘으로 갔는데 막상 닥치니 방법이 보이네.

변기 뚜껑을 닫고 엄마를 앉히고 안쓰는 식탁의자를 앞에 놓고 그 위에 깁스한 다리를 올리고 개수대 쪽으로 머리를 젖혀 감기고 난 후 샤워기로 물을 뿌리며 온 몸을 씻겼다. 미끄러질까봐 조심스러웠는데 그럭저럭 잘 했다. 변기 위에 앉으니 비눗물이 흘러 미끄러웠는데 다음부터는 의자를 두 개 놓고 한쪽 의자에 앉고 다른 의자에 발을 올리면 될거 같다.

엄마는 너무 개운하다고 기분이 좋았고 나는 온몸을 땀으로 샤워했다. 무사히 잘 끝냈고 겁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엄마를 씻긴 후에 화장실에서 뒷정리를 하는데 엄마가 그런다. 어제 별이아빠가 화장실 청소했다고. 엄마가 입원해 있는동안 화장실 청소를 못해서 너무 더러웠는데 별이아빠가 해줬다고..

별이아빠가 요즘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그리고 퇴원 후에 엄마한테 하는 걸 보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간병인을 썼고 도와주는 정도 뿐이었지만. 나는 아마 별이아빠처럼 묵묵히 잘하지는 못했을거 같다. 어쩔 수 없이 했으려나? 그 상황이 안되어봐서 알 수는 없지만 별이아빠와는 다른 모습일 것 같다. 지금도 내 엄마지만 나보다는 별이아빠가 잘 하고 있고. 이건 상황이나 시간여유와도 다른 것 같다. 정성껏 잘 하고 나중에 섭섭해 할 일이 생길까봐 은근히 걱정이 될 지경이다. 나도 하기 싫은 일, 그래서 대충 피해가면서 별이아빠한테 떠 넘겼는데 떠 넘긴 것 뿐 아니라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일까지 말없이 생색내지 않으며 하는게... 고맙고 감동스럽기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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