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무슨 생각이 났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할머니 생각이 났고 할머니 추도식 날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추도식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 생각이 든건지도 모르지만. 그냥 다시 볼 수 없는 할머니구나, 이제 모두 지난 일이구나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아쉽고 허탈했다. 밤에 티비 르뽀 프로에서도 장례식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다시 한 번 할머니 생각을 했고..
새벽녘에는 은숙언니가 꿈에 보였다. 스토리는 모르겠고 그냥 환하게 웃는 모습만 선하게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죽은 사람이 보이는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생각도 한 번 하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할머니 추도식에 막내작은엄마가 음식준비하느라 고생했고 모두 다 참석해서 잘 하고 잘 먹었노라고. 집에 들러서 떡이라도 싸가지고 가라는 얘기를 듣는데 그냥 모든게 짜증스러웠다. 내가 없어도 잘 하고 잘 먹고 즐겁게 보냈다는 얘기가 짜증이 난 걸까. 나 없어도 세상이 잘 돌아갈거라 생각하니 짜증이 난 건가.
홈커밍데이에 안 오느냐고 당일인 어제 전화한 미연이에게 미옥씨가 다 같이 만나자고, 만나서 자기를 위로해줘야 한다고 하더라는 얘기를 하니까 자기한테는 전화안했다고 까칠하게 대답하는 것도 짜증... 아, 그러고 보니 장례치른지 오늘로 일주일이구나. 다른 애들 호응이 없다면 나 혼자라도 만나야겠다.
두서없이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짜증나거나 슬프거나...
운동 일찌감치하고 머리를 자르려고 했는데 별 것 아닌 일 하다보니 운동할 시간은 안되고 가서 머리나 잘라야겠다. 맘 같아서는 확~!!!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순 없고... 참아야지.
2012. 10. 17 태풍이 지나가는 날씨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