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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영우와 영화

 

오랜만에 영우를 만나기로 해서 수다나 늘어지게 떨까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잔다. 800만이니 어쩌니 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뒤쪽 좌석에서 영화보는 인원이 10명이 되었을까 안되었을까. 서울극장 8관의 의자 높이가 낮다는 걸 잘 기억해놔야겠다. 갑자기 영화를 보게 된 터라 하이힐을 신지 않았었지만 그닥 불편하지 않았으니까.

 

대개 영화를 보러갈 때는 정보를 찾아보고 가는데 얼핏 티비뉴스에서 800만 어쩌고 하는 걸 들은 것이 광해란 영화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이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영우가 좋아하는 이병헌, 내가 좋아하는 류승룡. 사실 류승룡을 처음 알게 된 건 고지전과 활에서. 나는 처음에 류승룡을 김승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난 지금 보기에도 둘은 많이 닮은 것 같다. 내가 약간의 얼굴맹 기질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했던 얘기가 영우 친구가 이 영화를 보고 지금의 정치판과 비교해서 말하더란다. 그럴 수도 있고 나처럼 그냥 생각없이 재밌게 보고 말 수도 있을 것이다. 의미를 붙이자면 붙일 수도 있을테고 영화를 만든 사람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가 분명히 있겠지만 나랑 영우는 그냥 즐겁게 보는 걸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다.

 

영화를 보고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약간의 갈등(이라면 갈등이라 할)이 있었다. 기분좋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상하게 흘러간 것이 영 당혹스러웠는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사람은 불편한 상황,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는 여유로운 생각이나 반응이 어려운 것인데 영우가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미리 좀 얘기를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영우는 걱정끼치지 않으려고 내색하지 않았고 상황이 예상밖으로 흘러가서 서로 기분이 상한채 헤어지고 난 후 영우의 전화를 받고서야 이해가 되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에 내가 조금 더 이해하고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이해받고 위로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심이 더 큰 모양이다.

 

친한 친구, 유난히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은 외국으로 외국으로, 더 나아가 천국으로 손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리는데 주변에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나 잘 해야지. 언젠가는 헤어질 친구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같이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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