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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2014 첫 송년회

 

 

송년회 일정은 10월인지 9월에 나왔었다. 3개월에 한 번인 정기모임은 가급적 참석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 두 번이나 참석하지 못해서 가겠다고 진작에 의사표시를 해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귀찮은 생각에 썩 내키지 않는거라. 반면 기대가 큰 은.미.는 내게 언제 갈 거냐, 같이 가자, 잘 하지도 않던 전화를 해대서 금요일 오후 은.미. 차를 타고 갔다가 토요일에 나오는 걸로 결정했다. 원래 송년회 일정이 2박3일이었으므로 토요일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에 나올까 생각했었는데...

 

5시에 만나 남양주 화도로 가는 길. 날은 흐리고 해는 져서 어두워지니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라고 해도 마음이 어두워지고 우울해졌다. 밤 깊은 것 같아 시간을 보니 겨우 6시 즈음. 일상이라면 퇴근도 안했을 시간이고 시내에 있을 때는 12시가 넘어도 불안하거나 우울하지 않았는데. 어두워지는데 집에서 점점 먼 곳으로 멀어지는 것이 그런 맘을 들게 했을까. 시내라면 한 밤이라도 한낮처럼 밝으니..

 

캠핑장은 그닥 멀지 않았다. 도착해보니 이미 도착한 친구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래떡과 고구마를 구워가며. 친구들이 대충 도착하고 시간이 되어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스테이크. 캠핑장에서 준비한 것 외에도 소.영.이가 샐러드와 피클을 따로 준비하고 몇몇 친구들이 양주도 몇 병 가져온 것 같다. 웃고 떠들며 한 저녁식사. 나는 내 몫의 스케이크와 맥주 종이컵으로 한 컵, 와인 종이컵으로 반 컵만 먹었다. 다른 모임, 다른 캠핑 때처럼 고기 구워서 계속 갖다 먹었으면 과식을 피할 수 없었을텐데 접시에 1인분씩 세팅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처음 온 동창들 자기 소개와 몇몇 친구들 일으켜 세워 노래 듣기, 은.숙.이의 오카리나 연주 듣기 등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주류파와 비주류파로 나뉘어 주류파는 식당에서, 비주류파는 마당 모닥불 가에서 모여 부어라 마셔라 하던가 수다꽃을 피웠다. 술 좀 하게 생긴 친구들이 술을 전혀 못하고 술 못하게 생긴 친구들이 고래인 건 반전. 더이상 먹지 않겠다는 각오로 저녁을 먹고 양치를 한 덕에 고등어랑 조개굽는 근처에는 가지도 않고 감자 고구마 구운 것도 먹지 않았다. 다만, 나를 유혹하는 가래떡 구이... 그거 하나 먹고 후회. 양치질 귀찮아서.

 

1시가 넘어도 잘 생각들을 안하고 문.숙.이 딱 한 사람만 숙소에서 쿨쿨 잠잔다. 잠이 오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 눕고 싶은 것도 아니나 오래 앉아 있는 것이 힘들거 같아서 2시쯤 숙소에 들어갔다. 침대가 아니라 허리가 더 아파. 바깥 친구들 이야기 소리와 딱딱한 바닥 때문에 누워도 잠들지는 못하고 있는데 그 새벽에 또 일부 친구들은 돌아가기도 한다. 들락날락하며 누워 있었던 시간이 서너 시간 쯤 되었을거다. 잠도 한 시간은 잤겠지. 제대로 잠들지는 못했어도 누워 있었던 것이 그래도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전에 밤 꼬박 새우며 수다떨던 때보다 훨신 컨디션이 나았으니. 나이도 그 사이에 많이 먹었는데도.

 

새벽녘에 빗소리. 예보와는 다르게 새벽부터 오전까지 비가 왔다.

 

여섯시가 넘어 하나 둘 일어나고 - 꼬박 새운 친구들도 많지만 - 다시 이야기꽃. 아침커피 마시고 9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또 커피 마시고... 10시가 조금 넘어 정.림.이 남편이 와서 그 차를 타고 군자역까지 와서 집으로 왔다.

 

고등학교 시절은 나뿐 아니라 고등학교 동창 대부분이 우울한 시기였다. 그 시절에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작년 가을 모임이 시작되면서 친구들끼리 만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우는 친구들이 꽤 많았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우울한 시절의 이야기, 서러운 시절의 이야기를 그때는 입밖에 내지도 못했고 또 너나 나나 다같이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서로 나누지 못했는데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서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같이 아팠던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울었다고 한다. 나는 정모에만 참석하고 그런 나눔이 있는 벙개모임은 안가봐서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벙개 후 올린 친구들의 글을 보면서 알았고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아픔을 그 시절에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기엔 우리가 너무 어렸던거다.

 

아픈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을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고 또 모든 면에서 여유로워졌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기반을 확실히 잡고 아이들도 잘 가르쳐서 변호사 딸 가진 친구도 있고 의대3년생 딸 가진 친구도 있고. 무엇보다 본인들이 대부분 일찍이든 늦게든 학업을 시작하고 자격증을 따고.. 다들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활기차 보였다.

 

다만 건강은 노력하고 상관없는 일이라 두 친구가 암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미.혜.는 자궁암 수술을 13년 전에 했는데 치료를 24차까지 했다고 하고 영.란.이는 최근에 유방암 수술, 복원수술, 8차까지 항암을 했다고 한다. 말하는 걸 보니 영.란.이 남편은 삼성계열 임원인 듯하고 딸이 의대를 다닌다고 하는데 다 가진 것 같아도 누구나 걱정 근심은 있는가보다. 아팠던 친구들에게는 동창 모임이 큰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나이먹으면서, 아프면서 우울했었는데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 즐겁다고 하니까. 딸래미 시집보내고 시간 많으니 수도권 번개 어디나 참석하는 미.혜. 너무 즐거워하는 것이 온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전체모임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 다같이 친하게 지내는 것도 쉽지 않고 단체로 만나서 개인적으로 알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렇게 일년에 한두 번씩만 보더라도 살아갈 세월이 길고 남은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끔 봐서 반가운 게 좋지. 자주 보면 아무래도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것도 보게 되고 실망도 하게 되고.

 

이번 모임에 홍.수.가 일이 있어서 못왔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을 전체 모임에서 만나는 것도 모임을 참석하는 이유인데. 이제는 좀더 자유로워졌으니 주중이나 주말에 영화라도 보고 점심이라도 먹을 시간을 내는 건 어렵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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