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조문왔다간 한양의 친구들과 밥 한끼라도 해야 하는데 시간내는 것이 힘들어서 부담으로 갖고 있다가 지난 금요일 저녁에 만났다.
어디서 만날까 고민할 것도 없이 내 맘대로 내가 살 거니까 내 수준에 맞게 남산 산채집으로 정했다. 분위기도 가격도 편안하지만 더 편한 것은 시내에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적당한 거리라는 것. 또 차를 가지고 올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기.숙.이와 성.래.선배만 왔다. 은.경.이는 금요일이니까 바쁠 줄 알았고 -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좀 내본다고 했었는데 역시 오지 못했다. 나는 부담가질까봐 어찌된 거냐고 연락하지 않았다. - 화.준.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몸이 아픈 건 아닐까. 셋이 만나 잠깐 염려를 했다. 완치판정 받았다고 해도 암은 전이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는 것이니.
막걸리 딱 한 병을 시켜서 내가 두 잔 마시고 두 사람이 한 잔씩 마셨다. 술 마시지 않는 모임이 좋다. 저녁은 내가 내고 커피를 마시자고 해서 바로 옆에 촛불잔치에 갔다.
몇 년 전에 문을 닫았던 촛불잔치가 수리를 끝내고 멋진 식당이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자주 가면서도 그동안 몰랐는데 이번에야 눈에 띄었다.
1층은 식사와 커피, 2층은 식사, 지하는 뭘파나... 한쪽에 오픈된 와인창고가 있다. 화장실이 지하라 화장실 갔다가 보았다. 답답하지 않고 층마다 공간이 조금씩 다르다. 흠.. 역시 돈이 있으면 좀더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야.
요즘 스벅의 호두와당근케이크에 꽂혀서 자주 먹으면서 칼로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곳에서 두 사람은 루이보스티, 나는 카모마일을 마시면서 조각케잌, 쿠키를 잔뜩 먹었다. 성.래.선배 나빠!!
촛불잔치 1978, 식당 이름처럼..
성.래.선배가 약속을 위해 월차를 내고 쉬었댄다. 출근을 하면 오후에 어떤 돌발사태가 생길지 모르고 그러면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예 출근을 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래.선배답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에 사는듯한 느낌을 받는 선배. 우리가 함께 했던 어릴 때의 추억이 그리 아름다웠던가. 나와 기.숙.이는 까마득히 잊은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데.
미.량. 언니가 한국에 들어와야 다 같이 만나려나보다 하고 입을 모았다. 사는게 왜그리 다들 바쁠까. 무엇을 이루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