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우리동네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물
★★★★☆
참 예쁜 뮤지컬을 보았다. 포스터도 예쁘더니 배우들도 예쁘고 노래도 예쁘고 이야기도 예쁜... 선영이와 상우의 순수한 사춘기 첫사랑을 보면서 내 어린 시절을 생각했고 선영이 부모와 상우 부모의 사랑을 보면서 지금 내모습을 돌아보았다.
나도 그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세월이 흘러 그때를 그리워하고 질투마저 느끼는, 뿐 아니라 3막에서의 배우들처럼 죽음 후를 바라보고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죽은 후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안타까워하는 선영이처럼 나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음이 안타까웠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막상 죽음이 눈 앞에 다가온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금 내가 젊음이 가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깊은 슬픔. 사랑하다 죽는 것이 인생이라면 후회하지 않게 사랑해야 하는데...
100석 정도의 작은 소극장, 세트도 별 다른게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배우들은 소품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고 손동작으로 연기를 한다. (이런 걸 마임이라 해야 하나. 마임이라 하면 無言까지가 아닌가...) 무대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변사역할과 극중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덕분에 이해가 아주 쉬웠다. 파스텔톤의 그림 같은 이야기와 서정성있는 노랫말들, 그리고 유쾌한 탭댄스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죽음과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어서 심각하기도 했지만 동화같은 뮤지컬, 우리동네.
인생은 아름다운 사랑, 인생은 여행 같은 것, 인생은 아름답지만 잡을 수 없이 빨리 지나가는 것..
내 맘속에 집을 지은 사람
창을 열면 손에 닿을 것 같아
달빛보다 빛나는 너
눈을 감고 뒤돌아도
어느새 내 앞에
수 많은 사람들 속에
꼭꼭 숨어 있어도
한 눈에 찾을거야
난 자신있어
밤이면 창문 아래
몸을 기대고 기대했어
문을 열어주기를
나를 보고 웃어주기를
내 마음 깊은 곳에 어느새
집을 짓고서 사는 사람
더 깊게 뿌리 내린다 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 (아파도 좋아)
니가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건 나니까 (살 수 없는 나)
내 마음 깊은 곳에 어느새
집을 짓고서 사는 사람
아무리 뽑아내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너
지금 그대로 내겐 완전한 그대
인생은 멋진 여행같은 것
인생은 멋진 여행 같은 것
사람 사는건 다 똑같아
세상에 태어날 때는
눈물부터 배우는거야
온 세상 다 가질 것도 같지만
남는 건 옷 한 벌 뿐인걸
당신과 결혼하고 애 낳고
그렇게 머물다 가는 것
아무 걱정 근심 없이
살아갈 수는 없는거야
깊은 상처와 피눈물도
눈부신 우리가 되는거야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미소 짓게 하는 당신의 말
인생이란 가장 멋진 여행 같은 것
감기 몸살 관절염
두통 치통 요통 생리통
세상의 모든 병들과
온갖 스트레스에 시들려
끔찍한 악몽같은 인생도
돌아보면 아쉬움 뿐인걸
당신을 만나고 사랑한 것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해
다음 생에서 만나도
난 당신 사랑할거야
사랑하리 이 세상에
아름답게 가는길
잠깐을 다시 태어난대도
하나만 기억할거야
지금 이 순간에
너무 행복했다고
아름다운 삶의 시간
서로 쳐다볼 수도 없어
모든게 그저 지나가는 것
잠시도 잡아둘 방법이 없어
나 몰랐었어
삶에 의미를
나 몰랐었어
그 아름다움을
그저 지나만 가는 것
알지 못 하네
저 영원을 넘어
사라질 소중한 날들이여
아름다운 것
살아있듯이
내 지나온 시간
눈부신 삶이여
안녕
정든 이 세상
안녕
우리 동네여
엄마 아빠도 안녕
이제 마지막이야
뒷뜰에 해바라기
맛있는 음식 따뜻한 커피
째깍대는 시계도 모두 안녕
자고 깨는 것도
이렇게 아름다운 것
누구도 알지 못 하네
내 살아온 세상이여
안녕
안녕
모두 안녕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