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7 일요일 오후, 도봉산에 오르다.
일요일 오후, 시간은 좀 늦었지만 그냥 시간보내기에는 아까워 별이아빠랑 도봉산에 올랐다. 집앞에서 버스를 타고 도봉산역에서 내려 늘 사람들이 바글바글 올라가는 길, 우리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코스로 올라갔다.
나는 초봄에 친구랑 같이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길로 도봉산 세 개의 봉우리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조금 힘든 편이었지만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라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도봉산역 맞은 편으로 오르는 길에는 등산객을 부르는 식당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특이하게도 전어구이가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에 생선구이 먹으러 가자는 걸 그냥 집에서 비빔국수 해먹고 나왔는데... 돌아오는 길에 생선구이 먹으면 되겠네 하면서 올라갔다.
주로 오르는 북한산(그것도 대동문까지만)에 비하면 코스도 길고 난이도도 높은 편이라 제대로 등산하는 느낌이 들었다. 늦은 시간에 올라가니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해다니기가 좀 버거웠다. 다음 주부터는 제대로 단풍이 들테고 그러면 등산객이 더 많아질테니 늦은 등산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올라가는 건 잘 올라가는지라 자운봉 가까이 갈 때까지는 쉽게 잘 올라갔는데 자운봉 근처에 들어서니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꼬이고 밀려 줄을 지어 기다리며 올라가게 되었다. 돌들이 사람들의 발길에 닳고 닳아 미끄러운 것이 좀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올라갔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단풍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단풍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였다.
베낭에 가지고 간 것이라고는 물 1병과 마트에서 산 깨찰빵 4개들이 1봉지. 배가 고팠던 건 아닌데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앉아 먹는 것을 보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좀 위험한 곳을 지나온 후에 우리도 간식을 먹었다.
올라갈 때는 씩씩하게 펄쩍펄쩍 잘도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길은 무릎이 아프다. -.- 스틱을 집고 손에 힘을 주다보니 손에 물집이 잡히려고 한다. 등산장갑도 사야겠다. 그래서 등산을 제대로 하는게 아니라도 이래저래 장비가 필요하고 사들이게 되는 모양이다.
등산로 입구까지 내려오니 등산복, 등산용품 파는 가게가 즐비한데 완전 대목인지 고함을 지르며 물건을 판다. 별이아빠는 마지막 세일한다는 가을 등산바지를 한 장에 만원씩 두 장이나 샀다. 헬스할 때 입겠다면서. 산에서 가까운 곳에는 주로 콩, 두부요리 식당이 많고대로에서 가까운 식당은 전어 파는 곳이 많았는데 두부가 낫지 않겠느냐는 말에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서 시킨 것이 두부마당.
해물과 버섯, 두부, 야채가 주 재료이고 소면까지 들어 있는 이 두부마당의 값은 만원. 딱히 맛있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두부마당과 막걸리 1병을 둘이 나눠 마시는데 별이아빠가 전어먹고 싶었던 걸 여기로 온 거 아니냐고 묻는다. 응. 그러니까 2차 가자!!
내켜하지 않는 별이아빠, 그러나 내 맘 가는대로 2차를 갔다. 별이아빠와는 생전 처음이었다. 2차.. 배는 부르니 맛만 보면 되는 것, 그러나 전어만 먹을 수는 없으니 여기서도 막걸리 1병. 전어도 한 접시에 만원. 가난한 사람들이 돈 안들이고 즐길 수 있는 등산, 그러므로 등산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값이 싸야 맞다. 도봉산 밑에 식당들은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2차까지 끝내고 돌아오는 길, 몇가지 살 것이 있어서 미아삼거리 이마트에 들렀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던 덕산막걸리가 있는거라. 술 욕심 내지 않는 별이아빠가 어쩐 일로 두 병을 사자고 해서 집에서 3차로 1병을 땄다. 안주거리 하나도 없는 불쌍한 우리집 냉장고. 계란후라이를 네 개 해서 안주삼아 먹고는 3차까지 했으니 주정이라도 할까봐(ㅎㅎ) 이불쓰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