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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이모

2010. 3. 28(일) 맑음

 

이모의 저녁초대

처음은 우리가 부모님 모시고 저녁식사할 때 외로운 P님을 끼워준 것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몇 번 함께 식사하니 P님이 이번에는 내가 사야지!! 하면서 부모님과 식사에 정예멤버로 끼었고 가까이 살면서 홀로인 이모가 걸려 우리 식사에 모셨는데 그렇게 몇번 하다보니 가족 식사 모임이 정체성 불분명한 모임이 되어버렸다. 뭐, 요즘은 다양성이 대세고 가족 구성원도 옛날과 다르게 변화하는 추세라 시대에 맞는 모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

몇번 식사모임을 같이 했던 이모가 몇 주 전부터 이번에는 당신이 저녁을 사시겠다고 하는데 가난한 이모 - 우리 모두 너나할 것 없이 가난하지만 - 가 저녁사는 것이 맘이 편치 않아 미루다가 이모의 성화에 더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나 - 이모 - 엄마가 나란히 앉고 내 맞은편으로 별이아빠 - 아빠 - P님이 앉으셨다. 처음에 엄마는 아빠 옆에 앉으셨는데 P님이 오기 전에 자리를 옮겨 앉았다. 아빠 옆에 앉아서 시중을 들어줘야지 왜 자리를 옮기느냐고 했더니 시중 들게 뭐 있느냐고.. -.- 시중들게 없는 것 같았지만 막상 식사를 시작하니 조금 챙겨줘야 하는 상황이 되는거라. 결국 대각선으로 앉은 내가 아빠 시중을 들고 엄마는 반찬을 자꾸 P님 앞으로 밀어놓으며 많이 드시라고.. -.- P님도 뭐, 비슷한 세대라 서로 반찬을 밀어내며 양보를 하는 완전 촌스러운 분위기. 보다못한, 성질머리 고약한 내가 이쯤에서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다.

엄마는 아빠옆에 앉아서 시중좀 들어주라니까 왜 자리는 옮겨서 P님만 챙기고 그래!!

각자 알아서 먹고싶은 거 먹는거지 촌스럽게!!!

부모님, 생전 크게 싸우지 않고 어느 한편이 이기고 지는 거 없이 잘 살아왔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럴 때마다 아빠를 챙기지 않는 엄마가 이해가 안된다. 나도 나중에 그렇게 될까? 엄마닮아서? 하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설마, 그렇지 않겠지. 그러지 말자고 다짐을 한다. 그러면서도 부모님 모습속에서 지금의 내모습이 언뜻언뜻 보이기도 하고 내 모습에서 부모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나중에 그럴까봐 불안하다.

어쨌든지 저녁은 맛있게 먹고 엄마아빠 이모는 별이아빠 차에 타고 P님은 본인차로 가고 배부른 나, 집에까지 걸어왔다. 숭덕초등학교 옆 개성면옥에서 집까지 꼭 50분 걸리더라.

 

이모의 선물

이모가 식당에 들어오시면서 쇼핑백 하나를 들고 들어오셨는데 내 옷이라면서 내민다. 열어보니 니트 티셔츠 한 장. 현대백화점에 아이쇼핑 갔다가 괜찮아보여서 나 주려고 사셨다고 한다. "좀 야하지 않니? 괜찮아? 너는 절대 이런 옷 못골라, 나니까 고르지~" "맞아, 나는 이런 거 못골라~ 야하긴, 이정도면 괜찮지. 맘에 들어. 고마워 이모~" 초큼 야하다는 니트 티셔츠.. 입어봐야지~ ㅎㅎ

밥먹고 혼자 걸어오는 길, 갑자기 우리 이모가 P님이 맘에 드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평소와 다르게 이쁘게 입고, 불편한 구두도 신고~ 하하

난 몰라. 난 가만히 있을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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