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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일기

보고싶은 엄마 아들에게..

 

보고싶은 엄마 아들에게..



4박5일 짧은 휴가, 기분 좋게 보내지도 못하고 복귀하는 네 뒷모습이 처연했어.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참 오묘해서 누가 잘하고 못했는가와 상관없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란다.

마음이 바뀌는 요인은 밖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고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일 수도 있지.

남이 변할 수도 있고 내가 변할 수도 있고.

자기 마음도 자기 것이 아닌지 원하는 대로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너도 알잖니.

앞으로 사노라면 더 마음 아픈 일도 많고 힘든 상황도 많이 겪을 거야.

네가 대학교를 들어간 후에 겪은 관계의 변화라든가

지금 군 생활도 모두 힘든 상황이랄 수 있지만 새로운 경험이고 인생을 배우는 것이겠지.

내 마음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으니 남의 마음을 어떻게 내 맘대로 할 수 있겠니.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쿨하게 대하는 것이 좋아.

아직 네가 어리니까 특히 여자친구를 사귈 때는.

인생 살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꼭 한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니야.

결혼까지 가는 사람은 그 사람을 최고로 많이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니라

결혼할 수 있는 시기에 만나 사랑하기에 결혼하는 것이고.

엄마가 생각하기에 사랑보다 더 우위에 있는 감정은 우정인 것 같아.

엄마와 아빠도 결혼할 수 있는 시기에 만나 사랑했으니까 결혼했지만 지금은 사랑보다도 우정이라고 할까.

마주보고 서로 뜨겁게 좋아 죽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그저 따스한 온기로 같이 걸어가는 거라고 할까.

이성간의 사랑도 동성간의 우정도 서로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그것은 뜨거운 사랑보다는 따뜻한 우정으로 승화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남자와 여자의 관계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길게 보고

지금부터 만나는 여자친구들은 연인이 아닌 친구로 대하고

긴 인생 살아가면서 오랜 동안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가꾸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지내다가 결혼할 시기가 오면 그 즈음에 사랑하는 사람, 잘 맞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거지.

오랜 시간 봐 왔기 때문에 서로 잘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어서 그런 선택에는 실수가 적단다.

길게 얘기했지만 짧게 말하자면 사람들과 - 이성이건 동성이건 간에 - 관계를 맺을 때는

인생 길게 보고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실하게 우정으로 대하면 좋겠다는 얘기야.

철원은 많이 춥지.

네가 군대가기 전부터 엄마는 철원이 얼마나 추운지 알고 있었는데 거기로 배정되어서 얼마나 속상했던지..

어쨌든 건강하게 네 맡은 역할을 잘 감당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

늘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면서 최선을 다한다면 날마다 진보할 것이고 행복할 수 있는 법.

어떤 일이든, 배움이든 늘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새로운 일에도 씩씩하게 도전해 보도록 해.

엄마가 너를 키우면서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하고 일을 핑계로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때문에 네 마음에 생긴 상처나 섭섭함, 엄마의 부족한 것들 모두 다 용서해줘.

네가 군에 간 후로 엄마는 아침마다 하나님께 기도한다.

널 키우면서 엄마가 알게 모르게 네 마음에 남긴 모든 상처를 치유해 달라고

또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부족한 것들, 필요한 것들을 하나님이 풍족하게 채워달라고.

네 영성과 인성과 지성과 사회성, 그리고 육체의 건강을 위해

미래에 만날 배우자와 네가 살아갈 인생을 위해 기도해.

엄마는 내 아들이 하나님께는 특별한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사람들에게는 존경과 칭찬을 받는

베푸는 사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래.

너도 군에 있는 동안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늘 하나님께 의지하며 하나님을 잘 배워서

신앙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튼튼해져서 돌아왔으면 좋겠어.

이제 한 주가 지나면 군에 간지 6개월이야. 남은 기간은 16개월..

너도 그렇겠지만 엄마도 과연 그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게 느껴져.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즐겁게 살면서 그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어디든 아픈 데가 있으면 바로 얘기해서 조치를 받도록 해.

엄마가 감기약도 좀 보내야겠구나.

약을 먹을 때는 띄엄띄엄 먹지 말고 꾸준히 먹도록 하고.

주말에만 전화하는데 주중에도 할 수 있을 때는 전화하고.

잘 먹고 추워도 잘 씻고... 알았지?

철원 추위에 핫팩이 얼마나 도움이 될른지... 에휴..

보내는 카드에는 5만원 정도 들어 있으니까 아껴서 쓰고 필요한 거 있으면 메모했다가 전화해.

어려워하지 말고 뭐든지 엄마한테 얘기해. 필요한 것도 어려운 일도 답답한 마음도...

면회라도 되었으면 좋으련만.

혹시라도 면회된다고 하면 무조건 콜 외치는 거 알지? ^^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랑해, 내 아들..


2010. 12. 7 저녁 8시경에 엄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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