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2년만에 가곡의 밤에 다녀왔다. 김덕기 지휘, 수원시립교향악단이 협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했는데 일찌감치 표를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좌석이 매진되어서 맨 앞줄 B열 1, 2번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정명훈의 지휘 때는 맨 앞줄이긴 했어도 중간에 가까웠는데 이번에는 좌측으로 치우쳤다. -.-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해서 예매한 표를 찾고 프로그램을 받아드니 다른 때와 비슷하게 귀에 익은 곡들로 채워졌다. 이런 공연은 처음일 것 같은 내 친구가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하철 8번 출구에서 친구를 만나 시간상 저녁은 먹지 못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공연이 있던 목요일 퇴근 무렵에는 미친듯이 비바람이 불었다. 가을맞이 가곡의 밤인데 제목과는 달리 가을은 이미 깊고도 깊이 들어와 있었다.
처음 수원시향이 가을에 관한 가곡들을 여러 곡 메들리로 편곡하여 서곡으로 연주하는데 아, 저런 가을이 언제부턴가 없어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산들바람이 산들분다 달밝은 가을 밤에 달밝은 가을 밤에 산들바람 분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봐
달은 고이 흐르는데 어디선가 닭소리 산뫼에선 달이 뜨고~
달밝은 하늘밑 어여쁜 내 얼굴 달나라 처녀가 너에 입 맞추고~ 등등..
산들바람이 산들부는 가곡 속 가을은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늦은 여름과 초겨울만 길게 남아버린 듯..
비슷한 좌석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교향곡도 들었고 오래전에 박상원이 출현했던 킬리만자로의 표범 뮤지컬도 보았는데 그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공연은 우리에게 들리는 음향이 좋지 않았다. 그정도면 좋은 좌석인데.. 이번 공연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 귀가 좀 달라진건지.. 친구도 음향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내 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둘러보니 주변 관객들의 연령층이 높다. 왠지 어디선가 표를 뿌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 한국가곡이니 좋아하는 연령대가 좀 높기는 하겠지만..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도 그렇고 마치 열린음악회 같은 분위기가 들어서 내 수준에는 거금들여 간 공연인데 좀 억울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좋은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이면 좋은 시간이지. ^^
2년 전, K를 닮았다고 느낀 양희준은 이번에 봐도 닮은게 맞다. 명태와 산아가 잘 어울린다. 명태 하면 오현명인데... 세월은 사람을 그대로 두지 않는 법. 엄정행과 이규도가 특별출연했고 함께 부른 노래는 고향의 노래와 경복궁타령.. 그.러.나. 관객이 다함께 부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곡도 어렵고. 끝나고 나서 친구와 을씨년스러운 광화문 골목을 뒤져서 생선구이를 먹고 난 후 차를 타고 이동해서 동네에서 커피를 마시고 헤어졌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공연을 보고 싶다. 갈수록 귀와 눈이 높아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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