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이 밤 11시 50분. 아들이 안들어왔다. 방금 전화가 왔는데 30분 쯤 후에나 집에 도착할 거 같다고 한다.
수능을 보고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채점을 해보고 과외선생님들과 몇 번 통화하더니 언어영역 선생님과 저랑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그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은 몇몇 친구가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며 나갔다 오겠다고 한다. 선생님이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었다고 한다. 은근히 노파심에 술 마시면 안된다고 얘기했다.
고등학생이 술 마시는 건 아주 질 나쁜 아이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우리 까페 친구들도 고등학교 때 술마셨다는 얘기를 듣고 시각이 조금 달라지긴 했다. 아들은 술 마시면 안된다는 말에 선생님이 사주면 어떻게 안먹느냐고 반문한다. 체!! 할 수 없이 먹겠다고? 먹고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먹는거지. 내 자신도 술을 마시면서 아들은 술을 마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순이지만 정말 술 안마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냥 술도 음식이니까 한 두잔만 마시라고 일러서 내보냈다.
아! 정말 나는 아들이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렵다. 이제 내년이면 성인인데... 술도, 담배도 안하고 착하게 내 품안에 품고 살고 싶은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것도 큰 문제겠지? 하나를 키우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과보호하는 경향이 많고 간섭도 많은 편이었는데 다행인지, 꽤 독립심이 강한 편이다. 아직도 안아주고 입맞추기도 하지만 엄마를 위한 효도의 차원으로 응해주는 것일 뿐 마마보이 기질은 전~혀 없다. 섭섭하게시리..
오늘 아침에도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걸 극구 싫다하면서 가까이 사는 친구와 만나서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혼자 보냈는데 친구 아빠가 태워다 줬다고 한다. 거봐라 짜식아! -.-
아까 내보내면서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저녁먹고 지금 당구장에 있다고 한다. 난 당구장에 대한 느낌도 별로인데.. 그 선생님은 그냥 볼링장을 가지 왜 담배냄새 폴폴나는 당구장을 데려갔을까? 난 아들이 당구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구만. 볼링은 스포츠로 인식되는데 당구는 왠지 문제아들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박혀있다. 내 생각이 맞는걸까, 틀린걸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편협하게 구는 건 아닌지... 커갈수록 걱정이 커진다고 하더니 그런가보다. 그동안은 술, 담배, 오락에 대해서는 염려를 안했는데 이제 그런 것까지 신경쓰인단 말이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좀더 제대로 파악하고 바르게 인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술을 안 먹을 수 없나? 담배는? 오락, 잡기는? 엄마의 힘으로 이런 것들을 막을 수는 있는 걸까? 언제까지? 내가 생각하고 깨달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아이의 엄마보다 어른의 엄마되는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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